위기의 한국 경제, 전쟁 리스크까지 덮치나

전쟁·트럼프에 북한 리스크까지 부추기는 윤 정부...'복합위기' 확대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29. ⓒ뉴시스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여파로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가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북한 리스크마저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강경 기조가 강달러 현상을 더 자극하는 것은 물론 향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복합적인 위기에 한국 경제가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의 분기별 전망치 0.5%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2.6%, 한국은행은 2.4%를 내놓았다.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달성하려 해도 남은 4분기에 1.2%를 성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출과 내수에 대한 전망은 좋지 않다. 3분기 수출은 지난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코로나19 상황이었던 2022년 4분기(-3.7%) 이후 6개 분기만이다.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미 수출은 2.6% 줄었고, 대중 수출은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 성장을 이끌던 반도체도 수출 물량 증가율이 2분기에 비해 둔화됐다.

내수 전망도 좋지 않다. 3분기 민간소비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2분기 -0.2%에 비해 성장했지만 0%대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돌파하는 등 환율 급등으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내수가 회복할 계기를 잡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 지정학적 변수가 커지고 있다. 또 미국 우선주의의 무역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변수다. 여러 불안 요소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의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현재 1,380원 수준을 보이는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참관단 파견, 살상무기 지원 등 강경책을 언급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군 폭격'을 제안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정부의 과격한 대응도 우려된다.

앞서 확성기 운영 재개, 오물풍선, 북측의 무인기 침투 주장으로 이어지면서 남북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강경대응은 남북 갈등 수위를 더 높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 당국에선 북측의 7차 핵실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외신들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대응한다면 러-우 전쟁이 남북 대리전 양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25일 "유럽의 분쟁이었던 일이 이제 아시아의 분쟁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육군 탄약 정책담당관이 국가정보원 직원들과 함께 나토 출장을 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질적인 탄약 지원을 검토 중인 분위기다.

2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보우찬스크 인근 진지에서 제92 돌격여단의 한 장교가 포탄을 점검하고 있다. 2024.10.29. ⓒ뉴시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시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환율 상승 부추길 수도"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 파병에 대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강경 대응하게 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러-우 전쟁,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한반도 리스크를 더 추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한국이 러-우 전쟁에 실질적으로 개입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당장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환율에서 나타나고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 관련된 수출·수입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도 "전반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킬 것이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은 동북아에서 미·중이 서로 충돌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외교를 펼쳐야 하는데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면서 경제 불안도 커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변동성이 커지면 우선 원-달러 환율 급등이 우려된다. 불안 요소가 많아지면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하는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한반도, 동아시아로 긴장 요인이 옮겨지면 한화 약세 현상도 압박받을 가능성도 있다.

나원준 교수는 "이미 강달러 상황인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긴장요인이 동북아에 나타나면 한화약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게 방아쇠가 돼서 외국자본이 이탈하고, 금융이 흔들리면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기 지원 등 한국 정부의 개입 수준을 높인다면 러-우 전쟁 리스크를 기존보다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꺼져가는 불씨를 한국이 살려주는 셈"이라며 "현재 유럽도 부담스러하고, 전쟁을 중단하고 싶어하는 분위기인데 한국이 무기를 지원하면 최소한 전쟁 기간이 연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원준 교수도 "러-우 전쟁 리스크를 아주 크게 심화한다고 보고, 한반도 리스크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봤다.

현재까지 남북 관계 악화 분위기 속에서 외국 자본이 크게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는 않는다. 남북 간 대치 상황은 오랜 시간 지속돼 왔고, 전쟁 억지력이 상당한 만큼 전쟁 위기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자본시장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지전 가능성 등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는다면 외국 자본이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최배근 교수는 "그동안 북 핵실험에도 한국인은 개의치 않았는데 지금은 다르다"면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으로 개입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뭔지 명확하지 않으니까 국민들은 정부가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군사적 충돌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납득할 수 없는 정부의 대응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한미일-북중러' 구도로 신냉전 전선이 그어지는 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중국, 러시아 시장을 잃게 되는 등 향후에도 한국의 글로벌 교역 기반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배근 교수는 "중국은 한국의 1위 교역 국가이고, 그건 불가피하다. 이론적으로도 가까운 나라와 교역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대외리스크에 대응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한다고 하는데, 있는 시장도 닫고 있다. 경제 전략적으로도 바보 같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지금까지 바이든 정부와 다른 방향의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원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부터 대중 정책을 바꿀 텐데 우리는 중국과 사실상 단절 관계가 된 상태에서 새로운 관계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강달러 현상이 강해지면 금리 인하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11월 금리 결정에 환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달라 환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게 되면 환율 인상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리 동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우석진 교수는 "환율과 가계 부채 상황을 봤을 때 물가가 안정화될 때까지 금리를 유지한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면서 "금리 인하는 가계 부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고, 외환 시장에도 나쁜 영향 줄 수 있다"고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금리 인하를 계기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상반기에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집행한 데다 30조원에 가까운 세수 결손이 나타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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