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날마다 쏟아지는 김건희 의혹과 이를 모르쇠 하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정부여당은 정권말기적 위기를 맞았다. 그 사이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역시 불안과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독대와 이른바 3대 요구, 특감 임명 등을 고리로 목소리를 내온 한 대표의 입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결과적으로 한 대표는 위기 국면을 풀기 위한 아무런 방안도 새로 내놓지 못했다. 한 대표는 회견문과 질의응답에서 여러 차례 정부여당의 위기를 시인했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 김건희 의혹에도, 채상병 특검에도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모호한 진단이 있을 뿐이다.
해법이라는 것도 특별감찰관 임명 정도다. 특감은 이미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검찰도 못 건드렸는데 강제수사권도 없는 특감이 뭘 할 수 있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마저도 용산과 친윤의 반대로 논의 결과를 어떻게 도출할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은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는 기존 입장 그대로다. 국민이 혀를 차며 정부여당에 분노하는데, 겨우 이걸 해법이라고 내놓고 ‘11월 안에 해결하겠다’니 한심하다.
경제와 민생에 대한 인식도 안일하고 비겁하다. 정부가 2년 연속으로 수십 조의 세수결손을 초래해 국가재정이 총체적 난국인데 한 대표는 말이 없다. 별도 목적의 기금을 꺼내 쓰고, 지자체와 교육청에 보낼 교부금까지 잘라먹었다. 여당 소속의 단체장조차 예산을 어떻게 짜야 할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하는 마당이다. 부자감세라는 비판에도 경제성장으로 돌아온다고 우기더니, 경제당국은 몇 개월 전의 성장률 예측치를 다시 낮췄다. 현실과 동떨어진 건전재정 도그마에 보수언론조차 “비난하던 문재인 정부의 재정과 뭐가 다르냐”고 힐난한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여당 대표라면 야당의 민생지원금 지급이나 추경 편성 등의 요구에 적절한 답을 해야 한다. 실효성도 작은 금투세를 ‘대야 투쟁’의 소재로 활용하며 즐거워할 만큼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최근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친윤과 친한 세력의 암투가 치열하다. 그러나 약속대련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될 만큼 국민은 냉담하다. 따지고 보면 윤 대통령의 20년 지기로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한 한 대표 역시 국가적 위기에 대한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입에 달고 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적 결단과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지난 100일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