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개입' 정황을 뒷받침하는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된 데 대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공천 개입 의혹은 반박하면서도, 명 씨와의 통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녹음파일이 공개된 지 2시간여 만에 공식 입장문을 내 이같이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 대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당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결정했다.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의 경우, 김영선 후보자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며 윤 대통령은 김 전 의원 공천 당락에 관여한 바 없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당시 윤석열 당선인과 명태균 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 씨가 김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준석 당시 당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에서의 전략공천 결정은 문제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며 지난달 20일과 지난 22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김 전 의원 공천 결정 과정 설명글을 자료로 첨부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제보받은 윤 대통령과 명 씨 간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통화는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그해 5월 9일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다. 그러자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윤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한다.
해당 대화에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그거'는 김 전 의원에 대한 경남 창원·의창 선거구 공천으로 해석된다. 통화 이튿날인 5월 10일, 국민의힘은 김 전 의원에 대한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을 확정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녹음 파일의 허위성을 따지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이후 명 씨와 소통한 사실이 없다'는 앞선 해명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