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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끄러움 감당할 수 없어” 사임한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

인권활동가 출신인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28일 사퇴했다. 박 사무총장은 2022년 1월 취임했으니 2년 9개월만이다. 사무총장의 임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박 총장의 사퇴는 무너져가는 인권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일이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부끄러움을 감당할 수 없는 나는 퇴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사무총장은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 김 상임위원은 인권단체를 '인권장사치'라고 폄훼했고, 독단적으로 소위원회의 만장일치 표결 관행을 폐기했다. 사무처 직원들에게도 "버르장머리가 없다"느니 "법률을 모른다" 같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 상임위원도 못지않았다. 박 사무총장이 이들 상임위원과 충돌한 것은 당연했다.

지난 9월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이념적 결이 같은 두 상임위원에게는 더 힘이 실렸다. 안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동성애는 사회주의·공산주의 혁명의 핵심적 수단" 등 자신의 반인권적 발언까지 옹호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안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인권위는 한 차례도 상임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박 사무총장을 배제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인권위의 힘을 빼려고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위원장부터 상임위원까지 인권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로 채워진 국가인권위에서 박 사무총장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 약자들의 마지막 보루다. 박 사무총장이 이달 들어 이태원 참사 유족과 고 윤승주 일병의 가족, 채상병 사건의 박정훈 대령, 성소수자 부모 모임과 평택의 한국옵티컬 노동자 농성장을 찾은 건 인권위가 왜 존재하는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사무총장의 말처럼 "사람을 살리는 자리가 있다면 두려움 없이 전진해야만 한다. 그게 인권위가 살 길"이다. 이제 시민사회가 어떻게 인권위의 제 자리를 찾아줄 것인지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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