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고공농성’ 건설노동자들, 한 달여 만에 땅으로 내려온다

민주당 을지로위·진보당 중재로 ‘임금 삭감안 철회’ 등 노사 상생협약 체결, 장옥기 위원장 단식도 종료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경기도건설지부 김선정 부지부장과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승진 사무국장 등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2교(파천교) 부근 광고탑에 올라가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내국인 우선 고용, 고용 입법 제정, 살인적인 2만 원 임금 삭감안 철회, 현장 갑질 근절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4.10.02 ⓒ민중의소리

지난 2일부터 국회 앞 30m 높이 광고탑에 올라 ‘임금 삭감안 철회’와 ‘고용안정 입법’을 요구해 온 건설노동자들이 한 달여 만인 31일 땅으로 내려온다. 노사 양측이 긴 진통 끝에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다. 이날로 10일째 곡기를 끊은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의 단식 농성도 함께 종료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사용자 단체인 철근콘크리트 서경인 사용자연합회는 이날 국회에서 노사상생 협약식을 통해 사측의 임금 삭감안을 철회하고, 교섭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노사 상생 협약식은 그간 노사 양측을 중재해 온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노사 양측이 서명한 상생 협약서에는 ▲2025년 임금 삭감 교섭안 철회 및 교섭 재개 ▲타워크레인 운영체계 개선 등 우선 추진 제도개선 사안 즉시 추진 ▲원청의 불공정한 특약, 저가 낙찰 문제 개선을 위한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22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단식농성을 선언하며 삭발을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은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이후 벼랑 끝에 몰린 건설노동자들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정부에서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를 불법으로 단속하면서, 건설업계들은 불법 하도급과 속도전을 거부하는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채용을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수개월째 실업 상태에 놓인 조합원들은 노조를 떠나거나, 노조 조합원임을 드러내지 않아야 현장에서 겨우 일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경기 악화가 이어지자, 건설업계는 반강제적으로 건설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했다. 노조와 내년도 임금교섭을 하는 과정에서는 자신들이 삭감한 현장의 임금을 토대로 ‘2만원 삭감안’을 고수했다. 반면, 건설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 동결’이라는 양보안을 내놨다.

건설노동자들의 목숨을 내건 투쟁과 야당의 중재 끝에 노사가 합의할 수 있었지만, 고공농성에서 내건 또 다른 요구인 ‘고용안정 입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못했다. 다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조국혁신당, 진보당 의원들은 올해 안에 건설노동자 고용 개선 등을 위한 입법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고공농성은 이날 오후 5시께 보고대회와 함께 공식 종료될 예정이다. 경찰은 건설노조에 고공농성자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즉시 연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고공농성을 이어온 건설노조 문승진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국장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임금삭감안도 철회되고, 국회도 건설노동자의 고용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협의하겠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국회가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입법에 적극 나서주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철근콘크리트 서경인 사용자연합회가 31일 국회에서 노사상생 협약서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그간 노사 양측을 중재해 온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진보당 의원들이 함께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철근콘크리트 서경인 사용자연합회가 31일 국회에서 노사상생 협약서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그간 노사 양측을 중재해 온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진보당 의원들이 함께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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