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으로 시작된 보복과 보복...애꿎은 접경지 주민만 고통

이재명 대표 만난 주민들 분통 “잠을 잘 수가 없다”

이재명 대표 만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주민들 ⓒ민중의소리

“평소에는 이것보다 몇 배로 더 크게 들려. 찍찍 쇠 깎는 소리, 짐승 우는소리 여러 가지가 다 나온다니까.”

31일 접경지인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서 만난 박 모(80대) 씨는 괴로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7월부터 이어진 대남방송 때문에 닭도 스트레스를 받아 알을 낳지 않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날은 소리가 좀 덜한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잠깐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알 수 없는 기괴한 기계음이 커졌다 작아졌다 반복하며 마을의 평온을 부쉈다. 박 씨는 “평생 이곳에서 살았는데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든 게 정부의 묵인 또는 비호 하에 탈북민단체 등이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면서 시작됐다. 그 대응으로 북에서 오물풍선을 보내고, 이에 대응한다고 우리 군이 대북방송을 시작하자, 북에서 보복으로 이 같은 대남방송을 하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시작된 것이다.

대화가 어려운 소음 80데시벨
밤낮없이 “24시간 계속”
악화일로 상황에 “남은 건 총격전”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김병주 최고위원과 조승래 수석대변인, 이해식 비서실장, 김태선 수행실장,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박선원 의원, 부승찬 의원, 윤후덕 의원 등과 함께 대남방송 소음피해를 겪고 있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실상을 청취하기 위해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를 찾았다.

송해면 당산리마을회관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종인선 송해면장은 “소음 강도는 81데시벨까지 측정되고 있고, 소음 주기는 불규칙적으로 24시간 송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들리는 윙윙 거리는 대남방송 소음.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지난 16일과 17일 양일간 실시한 소음측정 결과, 이 일대 대남방송 소음은 76~81데시벨 수준을 왔다 갔다 했다. 보통 교통량이 많은 거리에서의 소음이 80데시벨이다. 60데시벨부터 불쾌함을 줄 수 있으며 70데시벨부터는 대화가 어렵다. 그런데, 이곳 접경지 주민들은 24시간 이 같은 소음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우리 군의 대북방송까지 겹쳐서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지난번에 제가 왔을 때 정자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하는데 대북확성기도 들리고 두 개 다 들리니까, 목소리가 안 들렸다”라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너무 괴롭다. 잠들었다가 깨면 다시 잠을 잘 수가 없다. 어제도 새벽 3시까지 잘 수가 없었다”라며 “하루에 한두 시간 자고 이러니까 머리가 뭐에 맞은 것 마냥 맑지가 않다”라고 탄식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 씨는 “사슴, 염소 키우는 분들이 있는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또 어떤 집에서는 개가 갑자기 죽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며, 이 대표에게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주민 이 모 씨는 “뭘 할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고, 화가 나는데 풀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대남방송은 지난 7월 21일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자, 그 보복 차원에서 시작됐다. 이날 만난 주민들도 대남방송은 대북방송 시작 후 7월 말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린 지 벌써 3개월이 흘렀다.

북한 대남방송 소음피해 주민간담회 ⓒ민중의소리

이재명 대표는 “정치와 국정이 우리 국민, 주민을 더 편하게 안전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하는데, 정치와 국정이 잘못되다 보니까 결국 여러분이 직접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면서 “어쨌든 북한으로 풍선을 보내니, (북에서는) 오물을 보내고, 오물 보낸다고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를 트니, 저쪽에서 대응방송을 한다고 하고, 남은 것은 총격전이다. 정말 상황이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방위 기본법을 개정해서 피해 입은 것에 대해 주민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답답해했다. 이 대표는 “(민간단체가) 북한에 삐라 날리는 거, 막을 수 있다. 막을 수 있는데 (정부가) 안 막는 것”이라며 액화가스관리법, 위험구역지정 등을 적용해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북전단의) 80%가 북한으로 안 가고 우리나라에 떨어진다. 북한으로 바람이 안 분다”고 하자, 한 주민이 “여기에도 많이 그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민들과 함께 마을 주변을 살핀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음 자체를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을 정부당국의 결단이다. 지금 시작은 단순하다. 남측 민간단체가 정부 묵인 하에 대북전단을 날렸고, 북은 대응차원에서 오물풍선을 날렸고, 남은 오물풍선 대응으로 대북방송을 재개했고, 북은 대북방송 대응으로 대남방송을 하는 것이다. 이걸 되돌려야 한다. 상대가 되돌릴 때까지 기다리면서 상대가 하는 행동을 내가 그대로 따라 하면 누가 중단하겠나? 대화해야 한다. 전쟁 중에도 외교는 하는 거다. 오른손으로 주먹질하면서 왼손은 잡는 게 국제관계다. 지금이라도 대북소통채널 회복하고 서로 득이 되는 걸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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