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도 자유롭지 않다” 8시간 내린 비로 쑥대밭 된 스페인

가뭄 이어지던 스페인에서 역대 최악 폭우...발렌시아에서만 92명 사망

스페인 발렌시아 홍수 피해 ⓒ무하마드 아델 페이스북 계정

스페인 남동부 지역이 기록적인 폭우로 쑥대밭이 됐다.

31일 스페인 현지 언론 ‘엘 파이스’(El Pais) 등에 따르면, 극심한 폭우로 발렌시아 지역에서만 최소 92명이 사망했다. 카스티야-라-만차와 안달루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3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사망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사망자 수 증가를 대비해 법원을 임시 영안실로 바꾸었다. 이번 홍수는 1996년 피레네 산맥 근처에서 87명이 사망한 홍수 이후 최악의 홍수라고 로이터통신과 가디언이 전했다.

현지 사진을 보면, 갑자기 불어난 급류가 도시를 삼켰다. 셀 수 없는 차량과 가구가 낙엽처럼 급류에 떠내려갔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이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살기 위해 지붕 위로 올라가거나 나무에 매달려야 했다.

지난 29일 발렌시아 일부 지역에서 8시간 동안 내린 비는 1년 치의 비였다고 한다.

30일(현지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긴급 구조대원들이 홍수에 휩쓸려 길가에 쌓인 차량 옆을 지나고 있다. 2024.10.31. ⓒ뉴시스

스페인 기상청(AMET)이 적색 경보를 발령했으나, 경보는 너무 늦게 울렸다. 홍수 피해 지역 인근에 사는 줄리안 오르메노(66)는 언론에 “물이 이미 여기 있는데 경보가 울렸다”라며 격노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국의 뉴캐슬대학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교수 헤일리 파울러(Hayley Fowler)는 기후변화에 따라 따뜻해진 바닷물이 집중적인 폭우를 일으킨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영국 오픈대학 환경시스템 강사 레스리 마본(Leslie Mabon)은 “스페인의 홍수는 어떤 나라도 기후변화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시의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얼마 전까지 기록적인 가뭄에 시달렸다. 가뭄으로 올리브 수확량이 크게 줄자, 올리브 도둑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올리브를 훔침 혐의로 수백 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발렌시아에 사는 한 시민은 가디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매우 기뻤다. 땅에 물이 필요해서 비를 내려달라 기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쁨은 곧 공포로 바뀌었다. 그는 “12시가 되자 폭풍이 강타했고, 우리는 모두 겁에 질렸다”라고 전했다.

한편 스페인 정부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희생자를 위한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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