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고 있다. 2024.10.31 ⓒ뉴시스
대통령 당선인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문이 나와야 할 상황이다.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하루를 앞두고 명태균 씨와 통화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부터 대통령실이나 일부 국민의힘 인사가 ‘당선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없다’가 아니라 수사가 필요한 사안
그러나 과연 대통령 당선인이었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을까? ‘문제가 없다’는 측은 대통령 당선인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들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의 중립의무, 당내경선운동 금지, 선거관여 금지 등의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죄형법정주의가 있으니까 형식적으로는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만 볼 일일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든 그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든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에 관여할 수 있는 뒷배경은 대통령의 권력이다. 하루 뒤면 대통령에 취임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의 권력은 현직 대통령보다 강하면 강하지 덜하지 않다.
그런 막강한 권력을 배경으로, 김영선이라는 사람이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가 되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되는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여지도 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명태균 씨가 해 준 여론조사 등의 대가로 공천개입을 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여지도 있다. 즉 수사를 해 봐야 아는 사안인 것이다.
명태균과 윤석열 대통령 부부 ⓒ민중의소리
공천개입의 구체적인 과정과 시기도 확인해봐야 한다. 2022년 5월 10일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신분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천발표가 5월 10일에 이뤄졌기 때문에 최종적인 개입이 있었던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확인해 봐야 한다. 그냥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덮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탄핵 사유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 필요
또한,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한 공천개입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는 문제이다. 기존의 헌법재판소 판례는 대통령 취임 이후의 사안만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판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에서 나온 판단인데,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저지른 위법행위가 탄핵 사유가 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따진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의 경우, 대통령 선거 이전의 사안까지 탄핵소추 사유로 삼았는데, 그에 대해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과 무관함이 명백하므로’ 탄핵 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에는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취득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인의 행위는 곧 얻게 될 대통령의 권력을 배경으로 한 행위이므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 당선인이 정당의 공천에 개입한 것은 곧 취득할 권력을 배경으로 한 ‘사실상의 직권남용’ 행위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행위만 따로 떼놓고 볼 수 없는 정황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 씨와 통화를 했다는 얘기도 있고, 명태균 씨가 국가산업단지 지정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국회 법사위 국감장에서는 "명태균이 윤석열 대통령을 돕느라고 돈을 썼고 그 영향으로 내가 공천을 받았다"는 취지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녹취 음성이 재생됐다. 2024.10.21.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더 큰 문제는 대통령도 아니고 대통령 당선인도 아닌 김건희 여사가 국정개입, 공천개입 등의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서 국정에 개입하고 공천에 개입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조장·방조·묵인했다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다른 사람이 행사하도록 한 것으로 명백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탄핵 사유가 되는지는 형법상의 범죄성립요건과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취임 하루 전에 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엉터리 대응이 탄핵 열차에 속도를 붙여
어차피 2022년 5월 9일의 전화통화 한 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안에 대해 더 많은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심한 것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부의 대응방식이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 ‘덕담 수준의 얘기를 한 것이다’라는 식의 변명이 국민들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이다.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면 결국 검찰이든 특검이든 수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수사가 제대로 안 된다고 해도, 국민 여론은 더 악화될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 등과 맞물려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부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위한답시고 엉터리같은 대응을 하면 할수록, 탄핵으로 가는 열차는 더 속도가 붙을 것이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자신들의 정치적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