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을 만세] 가고 싶은 학교, 살고 싶은 마을

지역사회의 힘으로 폐교 위기를 극복한 시골의 작은 학교는 마을공동체의 심장이 되었다. 사진은 하늘에서 본 묘량중앙초등학교 전경. ⓒ필자 제공

‘묘량마을교육공동체’는 2009년 영광군 묘량면에 남은 유일한 학교인 묘량중앙초등학교의 폐교 반대 운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역의 교육과 삶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체절명의 위기는 공동체의 결집과 강화를 불렀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은 지역의 사회문제와 교육문제를 아우르는 교집합이면서, 단절되고 끊어졌던 농촌공동체의 관계망을 복구하는 계기였다. ‘연결의 힘’은 로컬 지향의 교육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변화들이 학교와 마을의 전환을 가져왔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통해 학부모는 교육의 방관자에서 공적 주체로 각성, 성장할 수 있었다. 지역사회와 분리된 섬으로 존재하던 학교의 위치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복원되었다. 주민들은 소멸 위기의 농촌에서 지역의 운명과 학교의 운명이 일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체득하였다.

학교혁신과 지역혁신의 유기적 결합

묘량면은 ‘묘량중앙초등학교를 거점으로 한 로컬 중심의 농촌형 미래 교육 모델 구축’을 지속가능한 지역 재생과 발전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①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지역화 및 다양화 ②학교단위 공간혁신(증개축)과 학교공간의 복합화(마을교육공동체 센터) ③거점형 중학교 설립을 통한 초중 통합 미래 교육시스템 구축 ④주민주도형 마을공동체 커뮤니티 공간 건립 ⑤소규모 주택단지 사업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 등 교육-문화-주거-복지-돌봄-일자리를 융합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추진 중이다.

농촌교육의 회생은 농촌지역의 재생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지역재생과 결합된 지역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운동과의 결합은 필수적이다. 자주, 자립, 연대, 공생의 원리를 바탕으로 협동하여 마을의 난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공동체는 성장한다. ‘묘량마을교육공동체’는 지역의 교육 문제와 삶의 문제를 분리하지 않고 ‘학교혁신’과 ‘지역혁신’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폭넓은 지역사회운동, 농촌마을 재생운동으로 발전시켜왔다는 특징을 보인다. 학교와 마을은 ‘마을을 품은 학교, 학교를 품은 마을’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교육과 삶이 어우러지는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오늘날 마을의 복원과 마을교육생태계의 확장은 과거로의 복고적인 회귀가 아니라 미래로의 진취적인 도약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교육공동체의 협력, 즉 교육에 관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협력하는 새로운 지역교육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고 지역의 자생력을 발전시켜가면서 교육에 관여하는 주체들 모두가 성장하는 공진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지역교육 문제의 주체로 서서 함께 해결해나가는 지역공동체적 관점을 세울 필요가 있다. 묘량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넘어 통합과 공생의 원리로 협력하며, 지역의 교육문제는 지역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나간다는 자주와 자립의 원칙을 바탕으로 ‘마을교육자치’를 지향한다.

학령인구 절벽과 지방소멸의 위기 극복 해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2023년 10월, 묘량면 학교 교사, 묘량면 기관사회단체장, 학부모 등이 모여 ‘묘량교육공동체협의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필자 제공

소멸 위기 속 학교와 마을의 운명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가운데, 소멸의 위기는 도시보다는 농촌에 집중된다. 특히 심각한 ‘과소화’에 직면한 면 단위의 상황이 심각하다. 과소화는 주거, 의료, 복지, 일자리, 교육, 문화, 교통 등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의 축소를 부른다. 공공의 영역 뿐만 아니라 시장이 제공하는 서비스마저도 자취를 감추는 농촌의 삶은 붕괴 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취약을 넘어 ‘생활사막(Life Deserts)지역’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소멸의 다른 이름은 ‘격차’와 ‘불균형’이다. 이로 인한 고통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농촌의 면 단위에 집중된다. 총인구감소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 논제는 이것이다. 어떻게 하면 격차와 불균형을 줄이면서 인구감소 상황에 적응하며 ‘전환’을 실현할 수 있을까?

지역사회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인구감소와 소멸의 파고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지역이 지역발전의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현할 역량을 구축하며 주동적으로 대비해나간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소멸의 위기 앞에서 학교와 마을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연대하고 협동하여 지역교육력 강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대응력과 문제해결 역량을 키워나가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터에 ‘가고 싶은 학교’가 있다면 ‘살고 싶은 마을’이 될 것이다. 묘량면을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묘량중앙초등학교를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 양자 관계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학교와 마을은 생태적이고 유기적인 공생관계1)라는 것을 묘량마을교육공동체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깨닫는 것이다. 

필자주

1)심성보(2021) 『코로나 시대, 마을교육공동체운동과 생태적 교육학』 살림터, 91쪽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민과 관, 지역과 학교가 유기적으로 연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역의 교육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가 고립된 섬이 아니라면 교육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마을교육공동체운동과 연계될 수 밖에 없다. 풀뿌리 지역교육은 혁신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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