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대상국가를 필리핀에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당 사업이 ‘성공적’이라 자평하며 대상국가를 확대 의견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동남아 국가들을 복수로 선정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는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오 시장이 제안하고 정부가 함께 추진한 사업이다. 지난 9월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157가구에 투입된 데 이어 내년 1200명까지 규모를 늘리겠다는 게 노동부와 서울시의 입장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는 시작 전부터 우려가 많았다. ‘최저임금 미적용’이라는 구상을 전제로 설계된 점, 제대로 된 보호장치나 지원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 그리고 정부가 돌봄서비스를 영리화하려는 방향에서 이 사업이 추진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금하고, 가사·돌봄노동의 가치 제고와 함께 공공성을 확대해가는 국제적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진 발상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우려가 모두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수요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주 30시간 노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속출했고, 임금체불과 처우문제는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휴게공간이 없어 지하철에서 식사를 때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더 어이없는 건 서울시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을 휴게실로 안내했다는 것이다. 사업 시작 두 달 만에 노동계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결책은커녕 성공적이라 자화자찬하며 대상국가 확대를 말하는 정부와 서울시를 보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현재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어떤 것도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인력규모가 커지고 대상국가가 확대되면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값싸게 외주화하는 것은, 외국인 차별대우라는 문제를 넘어 돌봄과 여성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고, 결과적으로는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지속가능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도 정반대의 결과다. 지금은 대상국가 확대를 운운할 때가 아니라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돌봄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돌봄을 상품이 아닌 권리로 보장한다는 인식 하에 민영화된 돌봄체계를 공공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