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노래의 힘, 40년의 시간- 노래를찾는사람들 40주년 기념 공연

지난 11월 2일부터 3일까지 연세대학교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래를찾는사람들 40주년 기념공연 장면 ⓒ노래를찾는사람들

노래를찾는사람들은 현재진행형 동사다. 노래를 찾은 사람들이거나 노래를 찾을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이들의 역사가 가열찬 현재진행형으로만 채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업음악인과 비전업음악인 사이에서 고민하느라 멈춰있기도 했고, 새 음반이 나오지 않은지도 오래되었다. 노래를찾는사람들의 노래는 특정 세대, 특정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향유되는 노래라는 지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그 노래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뒤흔들었는지를 부정하지는 못한다. 특히 노래를찾는사람들의 2집은 1987년 이후 혁명의 열기로 들끓었던 한반도 남단의 온도를 펄펄 끌어올렸다. 사실은 노래모임 새벽이 먼저 불법 카세트테이프로 만들어 십수만장을 팔았던 노래들 중에 고갱이들만 담았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노래를찾는사람들의 노래는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운동권 노래가 되었다. 민중가요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도 1980년대 시위현장 영상에 흘러나오는 노래는 아침이슬 아니면 노래를찾는사람들의 노래다.

노래모임 새벽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1984년경 김민기와 함께 노래극을 만들면서 첫 음반을 발표했을 때,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그 때만 해도 노래를찾는사람들은 합법음반을 내놓기 위해 임시로 붙인 이름일 뿐이었다. 하지만 역사는 자주 운명을 바꾼다. 감히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2024년 11월 2일과 3일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래를 찾는 사람들 40주년 기념 공연’을 함께 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대 위의 사람들과 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노래를 부르고 들었을까.

지난 11월 2일부터 3일까지 연세대학교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래를찾는사람들 40주년 기념공연 장면 ⓒ노래를찾는사람들

노래를찾는사람들의 40주년 기념 공연이니 금세 매진되었을 거라 생각한 공연의 티켓 판매는 사실 쉽지 않았다 한다. 객석을 채운 이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보였다. 무대 위에서 노래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연주자들은 예전의 멤버들이 아닌 젊은 음악인들이었다. 첫날 공연이 ‘선언2’로 시작해 마지막 앵콜곡 ‘광야에서’로 끝나는 동안 객석은 금세 뜨거워지지 않았다. 무대의 가수들은 최선을 다해 노래했지만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와 노랫말에서 40년의 시간은 숨겨지지 않았다. 어떤 노래는 더 힘차게 뻗어나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도 유연이가 ‘녹두꽃’을 부르고, 윤선애가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노래했을 때, 조경옥과 김창남이 ‘내눈길 닿는 곳 어디나’를 함께 들려주었을 때, 박종홍이 ‘이 산하에’를 힘차게 터트리고, 유연이가 ‘고백’을 열창했을 때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벅차올랐다.

그렇지만 이번 공연에서 누가 노래를 잘하고 못했는지 따지고 평가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편곡의 적절성과 영상 연출의 정치적 태도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공연에서 중요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공연을 준비한 이들은 음악과 공연의 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갖은 애를 썼겠지만, 이번 공연은 음악만으로 말할 수 있는 공연은 아니었다. 이번 공연은 모두의 지나간 40년의 시간을 드러내고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모두의 삶이 변하고 얼굴이 변하고 목소리가 변했다. 생각이 바뀌고 태도 역시 달라졌다. 그러다보니 오래된 노래들은 달라진 자신을 거울처럼 드러냈다. 민중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던 자신과 광장에서 눈물 흘리던 자신 곁에 있었던 노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어떤 노래에는 눈물이 묻어났고 최루탄 냄새가 매캐했다. 당연히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노래 어디에도 거짓이 없었다. 누군가는 그 노래를 들으며 뜨거웠던 청춘을 되새겼겠지만 어떤 노래도 과거의 노래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뜨거운 현재가 되고 빛나는 미래가 되기를 열망했던 노래들이었던 탓이다.

이제는 합창으로 노래하지 않는 시대이고, 이렇게 묵직하게 노래하지 않는 시대이지만 노래를찾는사람들의 노래는 40년을 뚜벅뚜벅 걸어와 말을 걸었다. 그동안 잘 지냈냐고. 노래에 귀 기울이는 동안 가슴에 묻었던 열사와 사건들이 해맑은 얼굴로 어깨를 두드렸다. 지금보다 투명했을 내가 나의 손을 잡았다. 노래를찾는사람들의 멤버들이 이렇게 지냈다고 노래와 멘트로 고백할 때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지난 11월 2일부터 3일까지 연세대학교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래를찾는사람들 40주년 기념공연 장면 ⓒ노래를찾는사람들

이번 공연은 세상이 얼마나 답답해졌는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노래를찾는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노래가 많은지 절감하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노래의 역할을 사유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노래를 듣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민중가요는 그런 노래이기 때문이다. 노래를찾는사람들의 노래 역시 함께 듣고 부르고 약속하고 실천하는 노래다. 2시간 반에 이르는 공연이 끝나고 저마다 노래에 취해 돌아가면서 올바른 삶의 태도와 시민의 역할을 떠올리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0년 후 노래를찾는사람들의 5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고, 그 때 함께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떤 노래는 삶을 다하는 날까지 문득문득 되살아 날 것이다. 그러니 노래처럼 살아가려 틈틈이 애써 보기만 해도 삶은 충분하겠다. 그 때 이따금 노래를찾는사람들의 새 노래가 들려온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