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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룡 플랫폼 ‘상생 협력’ 선의에 기댈 때 아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당근마켓 등 국내 초대형 플랫폼이 6일 이른바 ‘소상공인 상생안’을 발표했다. 중소상공인 인공지능 교육 프로젝트에 수백억을 쓴다. 정산 기한을 단축해 자금 압박을 완화하고 판매 확대를 위한 프로모션 자금을 지원한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도 여럿 열릴 전망이다.

부디 상생안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지만, 전망은 어둡다. 복통이 났는데 배 위에 연고를 바른다고 낫지 않는다. 불공정 행위가 판을 치는데 상생안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거대 플랫폼은 불과 얼마 전까지 ‘진짜 상생안’ 추진에 격렬히 반대해 왔다. 플랫폼 규제법 이야기다. 플랫폼은 잘 팔리는 제품을 베껴 상단에 배치하고 경쟁 플랫폼 이용을 제한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길목을 장악한 뒤 가격을 올렸고, 소상공인 수익을 좀먹었다. 규제 당국은 반독점 행위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수시 규제하려고 시도 했으나, 거대 플랫폼은 격렬히 반발했다. 결국 규제법은 사실상 좌초했다. 악어는 먹이를 잡아먹을 때도 눈물을 흘린다는데, 이날 발표된 상생 협력안이 딱 그 꼴이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98만명에 달한다. 소매업 폐업률은 20.8%, 음식업 폐업률이 19.4%에 달한다. 10명 중 2명이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8명 중 4명은 혼자 하루 평균 12시간 일하면서 주당 5.9일 영업한다. 그러고도 한 달 평균 소득은 135만원에 불과하다. 저성장 고착화, 내수 부진, 고물가 등 원인이야 수도 없이 많겠지만, 이들의 수익률 저하에 플랫폼의 불공정 행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상생안 발표 자리엔 이들을 규제해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상석에 앉았다. 유상임 장관은 “플랫폼의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시장 참여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되묻고 싶다. 정부는 정부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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