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통신 네트워크 유지·관리 업무를 자회사를 신설해 분리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있는 가운데, 신설하는 자회사로 전출을 희망한 직원이 1,700여명에 그쳤다.
애초 KT가 구상한 목표의 절반 정도 규모로, 자회사를 통한 통신 네트워크 관리가 제대로 될지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기존에 통신 네트워크 관리 업무를 하던 직원은 다른 업무로 재배치될 계획으로, 당장의 인력부족 현상도 우려된다.
7일 KT에 따르면 신설 자회사 KT 넷코어(netcore, 기존 KT OPS)와 KT P&M으로 이동을 신청한 전출 희망자는 각각 1,483명, 240명이다.
또 특별희망퇴직은 2,800여명이 신청했다. 신설 자회사로 이동하는 인력을 포함해 특별희망퇴직 신청자가 모두 퇴직할 경우 KT의 직원 수는 6월 말 기준 1만8,617명에서 23% 감소한 1만5,000여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KT는 전출 희망자에 대해 각급 인사위원회가 지원자의 직무 전문성과 역량 등을 고려해 인력을 최종 선발한 뒤 신설 자회사가 출범하는 내년 1월 인사 발령을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T는 지난달 자회사 KT 넷코어, KT P&M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KT는 이들 신설 자회사를 통해 기존 네트워크 유지·관리 인력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KT 넷코어는 선로 통신시설 설계·시공 등을 담당하게 되고, KT P&M은 국사 내 전원시설 설계 및 유지보수, 도서 네트워크 및 선반 무선통신을 운용을 맡는다. 기존 통신 네트워크 시설을 설계·시공, 운용, 유지보수하던 인력들이 두 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KT가 구상했던 인력재배치 초안에 따르면 인력 재배치 규모는 KT 넷코어의 경우, 기존 인력 4,400명의 77%인 3,400명, KT P&M는 기존 인력 420명의 90%인 380명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자회사 전출을 신청한 1,700여명 규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KT 제1노조가 자회사 전출과 특별희망퇴직 등에 대한 처우 및 지원금 조건에 합의하면서 전출 목표 인원을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
전출 목표가 없다고는 하지만 애초 통신 네트워크를 관리하던 인력의 절반의 인원을 가지고 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제2노조인 KT새노조의 이호계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자회사로) 넘어간 사람도 절반 정도인데 대부분 관리자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이라며 "원래 4,800명이 하는 일을 1,700명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근근히 유지는 하겠지만 만약 큰 장애가 터지거나 신규 가설을 할 때는 인력 부족으로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회사 전출 희망자 부족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 당초 전출 신청 접수는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였지만, 자회사 전출 신청 결과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KT는 접수 기한을 이달 4일까지 연장했다.
전출을 신청하지 않고 잔류한 직원들은 기존에 맡던 통신 네트워크 관리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로 재배치된다. 잔류를 선택한 직원 규모는 약 1,500여명으로 알려졌다. KT는 이들을 '토탈영업TF(태스크포스)'로 발령하고, 직무 재교육 후 광역본부 등 영업 현장에 재배치할 계획이다. 기존에 있던 통신 네트워크 관리 인력 1,500여명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 사무국장은 "회사에서는 신입사원 빨리 채용하려고 하고, 퇴직하는 사람까지 다시 채용하겠다고 전화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면서 "갓 채용한 신입을 실무 교육해서 투입한다고 하는데 안정화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KT는 신설 법인 출범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 측 관계자는 "당초 알려진 목표는 하나의 안이었을 뿐, 노조 합의를 통해 목표치는 없었다"면서 "회사를 출범하기 위한 필수 인력은 확보된 상황이고 신설 법인 출범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통신 네트워크 관리 인력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도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수행하는 인원 중 70%가 50대라 (정년 퇴직으로) 1년에 1천명 정도 감소되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엔지니어가 몇년사이에 급감하는 상황인데, 미리 안정적으로 신규인원을 충원해서 전문화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T 넷코어 등은 경력직과 신규 채용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10일 서울 중구 노보텔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열린 AICT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0.10. ⓒ뉴시스
"남은 직원도 다른 업무로 배치...자회사, 경력·신규 채용 서둘러"
잔류하는 직원들은 어디로 배치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처우가 나빠질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 측 임원들이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면서 자회사 전출을 강하게 권유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안창용 케이티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잔류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모멸감과 자괴감이 있을 것"이라며 불이익을 예고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지난 4일 김영섭 KT 대표가 직접 나서 "최근 회자된 불미스러운 사례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잔류한 직원들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불이익을 걱정하고 있다. 이들이 일단 배치되게 될 토탈영업TF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무국장은 "회사의 방향에 맞게 재교육을 시켜서 재배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인사 평가도 안 했다"면서 "1,500명 정도 남은 직원들이 붕 뜨게 되는데 어떻게 할지 대책도 없는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공식적으로 나온 건 영업을 한다는 건데, 회사가 '공백상권'이라며 반영한 조직도를 보면 백령 사이트, 강화 사이트, 삼척 사이트 이런 이름들이 보인다"면서 "백령, 강화, 삼척에 1천명을 넣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