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영업자 고통 외면하는 배민과 쿠팡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상생방안 도출이 끝내 무산됐다. 석 달 넘게 운영된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11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지만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회의가 계속된 석 달여 기간 내내 이미 시장을 장악한 배민과 쿠팡 측은 ‘상생’이라는 목적과 동떨어진 주장만 반복했다.

배민과 쿠팡은 수수료 인하안이라고 제시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인하안이 아니었다. 수수료가 조금 낮아지더라도 배달비가 그만큼 오른다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결국 나가는 돈이 하나도 줄지 않기 때문이다. 배민과 쿠팡이 제시한 방안은 입점업체 측의 요구는 물론이고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공익위원장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날 열린 11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공익위원들이 긴 논의를 거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중재 원칙에 부합하는 수준까지 상생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득했지만, 상생안이 이에 부합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지못해 상생협의에 응하고는 있지만 털끝만큼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공익위원들은 배민과 쿠팡에 중재 원칙에 가까운 수준으로 상생안을 오는 11일까지 다시 제출하라고 했지만 그 전망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배민은 지난해 전년대비 65% 급증한 699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쿠팡이츠가 소속된 쿠팡 또한 지난 3분기 매출이 10조6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나 늘어났다. 배달플랫폼이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반면 입점 자영업자들은 내수경기 침체 속에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 음식값의 30% 이상이 배달 관련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현재의 배달 시장은 그야말로 가혹하다.

연결된 하나의 산업 내에서 한쪽은 일방적인 이익을 누리고 다른 한쪽은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부담을 짊어지는 구조는 결국 지속가능할 수 없다. 소비자의 부담과 자영업자의 일방적인 고통 위에서만 굴러가는 시스템이라면 배달앱이 주는 약간의 편리함조차 그 가치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가장 여유가 있는 쪽이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서 상생 협력이란 애초에 가능할 수가 없다. 이들에게 상생 협력에 나설 조그마한 의지도 책임감도 보이지 않는다면 협의에만 맡겨둘 수 없으며, 정부가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수수료 상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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