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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고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집회장 밀고 들어온 경찰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와 1차 퇴진 총궐기에서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사전에 신고된 집회였으며 1차로 확보 등 경찰과 조율을 거쳤는데도 방패로 무장한 경찰력이 막무가내 집회 대열로 폭을 좁혀 밀고 들어와 민주노총 조합원 1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고 9명이나 연행됐다. 순식간에 안전선을 침범한 경찰로 인해 집회장으로 들어오려거나 대열 속에 있던 참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넘어지고 끌려 나오면서 하마터면 인명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애초 불법집회도 아니었고, 집회에 따른 주변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경찰이 도리어 무리하게 진압 태세로 나오면서 침가자들이나 이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독재시대 때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이란 오명을 얻은 바 있는 경찰이 다시 그 시절로 명백히 회귀했다고 봐도 무방한 장면이었다.

지지율 폭락에 따른 민심 이반, 불법 공천개입과 국정농단의 여러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들의 중심고리에 있는 김건희 여사를 방탄만 하려는 정권이, 이를 바로잡으려는 국민들을 억압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엄포와도 같았다. 다시 말해 정권은 쏟아지는 비판에 반성은커녕 오로지 힘으로 눌러버리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오는 16일에도 총궐기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이런 자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무엇보다 더 큰 사고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국회는 이 사태를 두고 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당시 경찰력이 행사되는 상황에서 불법은 없었는지 또 무리한 대응 때문에 안전을 위해한 일은 없는지 철저히 따져물어야 한다. 더구나 이런 공격적인 진압이 어디로부터, 누구의 지시에 의해 나왔는지도 명백히 조사해야 마땅하다. 경찰청장 역시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잘못이 확인된 현장 지휘관들을 문책해야 한다.

경찰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국의 책임은 윤석열 정권에게 있다. 진지한 반성과 국정쇄신을 기대한 국민들에게 궤변과 반말로 찬물로 끼얹은 윤 대통령의 사설 경호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집회의 안전한 관리가 아니라 끝까지 정권의 비위를 비호하는 데 물리력을 동원하겠다면 훗날 혹독한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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