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활동을 전담해 관리하는 '제2부속실' 출범을 공식화한 가운데, 기구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내 '김건희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을 거부하고,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연중 대외 활동 중단을 알린 상황에서 결국 제2부속실 설치는 '특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작 제2부속실 운영 방향부터 인선, 역할 범위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11일, 정치권에서는 뒤늦은 제2부속실 설치가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2부속실이니, 특별감찰관이니 하는 것으로 지난 범죄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라며 "특검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2부속실 설치, 휴대전화 번호 변경, 김 여사 순방 미동행 등으로 민심을 달랠 수 있다고 보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김 여사의 자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는 그러한 제도적인 장치만 가지고는 문제가 해결이 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실 슬림화' 등을 내걸며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고 취임 뒤 이를 이행했지만, 김 여사 행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자 결국 제2부속실을 부활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이미 대통령실은 연초부터 '설치 검토 중', '사실상 설치' 등 언급을 공연히 하며 연기를 피웠다. 지난 7월에는 설치를 공식화하는 듯했으나, 사무실 공사 등을 이유로 정식 출범까지 수개월이 지연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제2부속실 운영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오늘 제2부속실장은 발령 냈다"며 "같이 일할 직원들도 금명 간에 이제 다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2부속실장에는 장순칠 전 시민사회2비서관이 임명됐다.
현재까지 제2부속실의 명확한 역할과 운영 방향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장 전 비서관이 실장을 맡는다는 점, 대통령실 청사 건물을 사용한다는 점, 전체 인원을 한 자릿수로 하는 점, 김 여사 집무 공간 없이 접견실과 직원 업무 공간으로만 구성하는 점 등 '조직을 최소화해 꾸린다'는 대통령실의 기조 정도다. 가장 기본적인 김 여사의 메시지, 일정, 의전 등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보좌하는지, 조직원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등은 전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실과 가까운 제2부속실, 김 여사 정치적 입김 작용 가능성"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출범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 대신,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에 더 강조점을 두었다. 김 여사가 이달 중순 예정된 윤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하지 않고, 연말까지 국내에서 대외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제2부속실 설치만으로 김 여사를 둘러싼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2부속실만으로 감당하기에는 김 여사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내조만 하는데 무슨 제2부속실이 필요한가. 전임 정부 때는 5명 정도 규모였는데, 그보다 더 많은 인원으로 늘려 김 여사 내조를 도울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제2부속실이 필요할 때는 안 만들고, 필요 없을 때 만드는 형국"이라며 대통령실의 제2부속실 방향성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민주당 이기헌 의원도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지금 제2부속실은 굉장히 매머드하다. 또한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하면 부속실의 역할이 없다"며 "(대통령실 말대로) 축소된 규모도 아니"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제2부속실이 윤 대통령 집무실과 인접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는 여사의 집무실, 즉 비서실이 독립적으로 밖에 있었다"며 "물리적으로 가까운 공간을 사용하게 되면 부속실 직원들이 기타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진다. 영부인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소통 거리를 좁히기 위해 비서진이 있는 청와대 여민관으로 집무실을 옮겼고, 김정숙 여사의 집무실(무궁화실)은 청와대 본관에 있었다.
결국 제2부속실은 "요식행위와 같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이은미 팀장은 통화에서 "지금 입장에서는 (제2부속실이) 그렇게 실효성 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며 "어떤 인력이 어떻게 들어가는지도 알 수 없고, 인적 쇄신도 안 이뤄지는 상황에서 부속실만 설치하면 향후 김 여사 관련 일정이 제대로 관리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국민으로 하여금 (대통령실이) '공식적인 (여사) 관리 활동을 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 효과를 노린 거 같은데, 근본적으로 김 여사의 활동을 제2부속실만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여러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