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문을 채택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노동개혁을 하겠다며 노사법치 확립을 강조했다. 화물연대 파업을 무력화시키더니, 노동조합을 3대 부패 세력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외쳤다. 특히, 건설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광기에 가까웠다. 대통령이 직접 '건폭'이라는 과격한 발언을 하며 노동조합을 폭력배로 몰아세웠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건설노조의 활동을 탄압했다. 조합원 채용과 노조 활동 보장에 관한 단협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건설노동자들을 형사처벌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22년 건설노조가 ILO에 진정을 제기했고 그에 대한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권고에는 3가지 내용이 담겼다. 첫째, 정부가 건설산업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 조직과의 협의를 개시해 해당 부문의 고용 불안정 문제 해결과 채용갈등 방지 조취를 취하도록 했다. 둘째, 공정위가 정당한 노조 활동에 간섭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평화적 단체행동을 조직해 요구했다는 이유로 누구도 체포·기소되거나 형을 선고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특별 경찰 단속”과 관련해 건설노조 조합원 1,700명이 소환되고, 시간 외 수당을 요구하거나 수령한 행위로 공갈 혐의를 받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노동절에 분신 자결한 양회동 열사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권고에 뻔뻔한 태도로 대응했다. 정부 조치는 "건설 현장의 질서 확립 목적의 정당하고 적법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ILO 권고는 원론적 입장이며,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거나 관련 조치를 촉구한 것이 아니라, 건설 현장의 채용 불안정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요청한 것"에 불과하다며 왜곡된 해석을 내놨다. ILO 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된 한국 정부가 대놓고 ILO의 권고를 거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법치주의 확립하겠다며 노동조합만 때려잡은 부작용이 이미 건설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액이 한해 전보다 50% 가까이 급증했고, 최근 6개월 동안 부실시공과 불법 하도급 사례가 500건 가까이 적발됐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건설업의 불법 하도급 구조 문제는 내버려두고, 노조만 벼랑 끝으로 내몰아 사업주의 불법행위에 대한 견제 기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적법했다며, 이전과 달라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ILO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