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 “경찰, 명백한 기획 진압…광장서 터져 나온 분노 막으려는 것”

“윤석열 정부 더 이상 지속 안 돼, 시민들과 퇴진 목소리 더욱 높일 것”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참지말고 몰아내자! 윤석열정권 퇴진!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 1차 퇴진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9 ⓒ뉴스1

지난 9일 열린 ‘1차 퇴진 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강경 대응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12일 “명백한 강경 진압이자, 기획 진압”이라고 날을 세웠다.

양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당시 진압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 토요일(9일)은 서울 시내에서 굉장히 다양한 집회들이 열렸다. 특히 저희와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보수단체 집회도 개최됐고, 애초 집회장으로 향하는 행진 경로를 저희가 신고한 것과 다르게 경찰이 안내해서 행진 경로를 변경했다”며 “(그런데) 변경된 경로에서 집회 장소로 들어가는 것까지 경찰이 막고 싸움을 유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평화적으로 집회가 진행되는 중간, 제가 대회사를 하고 있는 중에도 맨 앞쪽과 맨 뒤편에서 경찰이 대회장으로 진입하면서 다툼이 커졌던 것”이라며 “그런 것들을 보았을 때, 집회 참가자들의 불법행위를 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찰이 허용한 행진 경로를 막아서는 모습, 또 집회 진행 중인데 대오로 난입하는 모습이 명백한 강경 진압이고 이것은 의도된 폭력 유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전 열린 사전대회에서 경찰이 집회 참석자들을 진압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전 열린 사전대회에서 경찰이 집회 참석자들을 진압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실제 당시 집회 초반부터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10만명의 참여자가 예상되는 집회였음에도, 주최 측이 신고한 것보다 더욱 협소하게 집회 장소를 제한했고, 사전대회를 연 뒤 본대회 장소로 진입하려는 참가자들의 이동을 과도하게 통제했다.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집회 시작은 30여분가량 지연됐다.

양 위원장의 대회사 중에도 경찰이 집회장 내부로 들어와 바리케이드를 치려고 하자, 참가자들이 이를 막아서는 과정에서 충돌이 이어졌다. 양 위원장은 대회사를 중단하고 “경찰은 집회 방해를 중단하고 즉시 물러나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조합원들을 향해서도 “저들이 원하는 건 집회가 망가지고 폭력으로 얼룩지는 것”이라며 “우리는 거기에 응할 필요가 없다. 앉아달라”고 당부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은 집회가 끝나자마자 즉각 입장을 내고 ‘엄정 수사’ 방침을 천명했다.

양 위원장은 정권 퇴진 촉구 집회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경찰이 의도된 강경 진압을 했다고 분석했다.

양 위원장은 “정권의 위기 때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 때도 퇴진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물대포를 사용해서 백남기 농민이 희생된 사례가 있다”며 “매번 정권의 지지기반이 약해지고 국민적 질타가 강해지면 그 반대급부를 누르기 위한 수단으로 강경한 진압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에 가장 크게 처음 열렸던 집회이기 때문에, 광장에서 터져 나오는 국민의 분노한 목소리를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집회 당시 연행한 노동자 시민 11명 중 6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 중 4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다. 또한 경찰은 양 위원장 등 집행부가 집회 당시 충돌을 사전 기획했다고 보고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양 위원장은 “집회에서 연행된 분들한테도 본인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보다도 오히려 누가 시켰냐, 사전에 기획된 것이냐는 것들을 캐물었다고 한다”며 “집회가 끝나자마자 지도부에 대한 엄정한 사법 수사를 운운했던 경찰이 폭력 유발과 강경 진압을 계기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완강하게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해 사법처리하고 입을 다물게 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강경 대응에도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계속해서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참여한 ‘윤석열퇴진운동본부’는 오는 20일과 내달 7일 2차, 3차 퇴진 총궐기를 예고한 상태다.

양 위원장은 “저희는 윤석열 정부가 더 이상은 지속 가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민들과 함께 윤석열 정권 퇴진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갈 예정”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저희를 마주하면서 응원해 주시기도 하고, 참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 많은 분들이 한국 사회를 바꿔왔던 광장에서 우리와 함께 윤석열 정권 퇴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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