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군 내 성폭력, 도 넘은 2차 가해..."이예람 중사 사망 뒤 전혀 반성 없어"

"태연하게 출근해 '피해자 왜 출근 안 했어' 물은 가해자...부하 대답 종용도"

지난 2021년 10월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마련된 공군 성폭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시민분향소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는 모습. 2021.10.20. ⓒ뉴시스

지난 2021년 이예람 중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공군 비행단에서 또다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공군의 늑장 대처로 피해자가 도 넘은 2차 가해에 시달린 정황이 드러났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해자는) 초급 간부다 보니 거절을 (못했다)"며 "(가해자인 직속상관 전 대장이) '우리 집으로 가 2차를 하자'고 해 어쩔 수 없이 끌려가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 제17전투비행단 소속인 가해자 A 씨는 피해자 B 씨의 직속상관으로 전 대장(대령)이다. A 씨는 여군 초급장교인 B 씨에게 회식 전후 성폭행을 시도했고, 군인권센터는 A 씨를 강제추행, 강간미수 등 혐의로 경찰에 최근 고발했다. 이에 더해 군인권센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A 씨를 면담강요죄 등으로 추가 고발한다고 예고했다.

방 팀장은 "가해자가 점점 다가와 안고, 침대에 넘어뜨리려 해 피해자가 '제가 딸뻘 된다'며 막았다. 손으로도 계속 막다가 결국 '다시 오겠다'고 얘기한다. 회식하던 장소에 참여자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갔다 오겠다'고 몇 번을 얘기해 그 틈을 타 도망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구겨 신은 상태로 울면서 뛰쳐나와 신고하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방 팀장은 "피해자는 임관한 지 6~7개월밖에 안 된 매우 하급자다. 전 대장은 블랙이글스 출신의 굉장히 건장한 파일럿 출신"이라며 "완력으로 이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는 '조용히 해'라는 얘기도 많이 했다. 가해자 스스로도 이게 아주 부끄럽고, 나쁜 짓이라는 걸 알았던 것"이라며 "주변인들 제보를 통해 이미 A 씨의 전력들, 여성 여군에게 불쾌하게 한 부분들이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방 팀장은 "주변인들도 이 사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A 씨는 뻔뻔스럽게 다음 날 출근했고, 신고 뒤 (가해자와의) 분리가 시작된 피해자가 출근을 안 하니까 회식 참여자를 불러 '왜 출근 안 했어', '걔 무슨 일 있는 거야' 이런 식으로 굉장히 태연하게 물었다더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가 회식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종용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A 씨는 "주말에 출근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조용히 이동하겠다"고 했고, 이 때문에 B 씨의 신고 뒤 즉각 분리 조치 되지 않으며 수일의 시간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 팀장은 "A 씨가 사람들을 불러서 '그날 B가 술에 훨씬 많이 취한 거 같은데, 너는 그렇게 못 느꼈니', 'B가 2차 가자고 먼저 얘기했는데 오라는 연락 못 들었니' 이런 식으로 굉장히 교묘하게 답변을 꼬아 만든다"며 "이런 식으로 대답하도록 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 팀장은 "회식 참여한 사람들이 전부 다 직속 부하들이다 보니, '어떻게 그러실 수 있냐'고 (A 씨에게)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참석자들이 도리어 피해자에게 전화해 '여기 진짜 못 믿을 집단'이라는 얘기를 하는 형국까지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방 팀장은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뒤에도 공군 내 성폭행 사건이 재발한 데 관해 "이너서클이 아주 공고하게 있는 셈"이라며 "전혀 반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피해자에게 제보나 이런(피해 사례) 말들을 전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을 함께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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