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성남FC 광고비 관련 뇌물 사건 재판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전날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허용구)가 이중 직무대리 발령을 받고 공판에 참여해온 부산지검 정승원 검사에 퇴정 명령을 내리자, 이에 반박한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어제 성남지법 제1형사부는 성남FC 사건을 심리하던 중 다른 검찰청 소속의 수사검사가 재판에 참여하는 것을 9개월 만에 뒤늦게 문제 삼아 ‘퇴정명령’을 했다”며 “그동안의 사법부 판단과 전혀 다른 것으로, 이재명 대표 방탄에 사법부가 판을 깔아주는 격이 될 수 있어 시정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퇴정 명령을 받은 정 검사는 부산지검 소속으로 작년 9월부터 직무대리 명령을 받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를 하면서, 성남지원에서 성남FC 사건 공판이 열릴 때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1일짜리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에 참여해왔다.
재판장인 허용구 부장판사는 이를 두고 “이중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청법 제5조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정 검사의 소송 행위는 무효이므로 즉각 퇴정하라”고 명령했다.
허 부장판사는 또한 “검찰청법 34조 1항에 따르면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돼 있어 검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정 검사를 직무대리 발령한 검찰총장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검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 5개 사건 공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관할 검찰청의 검사 상호간에 직무를 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근무규칙 제4조(직무대리)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측은 관행이라는데,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한동훈 대표는 “수사검사의 공판 참여는 복잡한 사건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수십 년간 정착되어온 제도”라며 “이 잘못된 결정이 선례가 될 경우 이재명 대표 재판을 수사했던 검사들의 재판 참여를 막게 되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 어렵고, 일반 사건에까지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공소 유지를 위한 수사 검사 직무대리를 ‘수십 년간 정착되어온 제도’라고 언급했는데, 정작 검사의 직무대리를 규정한 검찰청법과 관련 규칙을 들여다보면 정 검사의 ‘이중 직무대리’가 인정될 만한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검찰은 직무대리 검사가 공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검찰청법 제7조의2, 검사인사규정(대통령령) 제15조, 검찰근무규칙(법무부령) 제4조에 근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검찰청법 7조의2는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검찰총장 명의로 부산지검 소속의 정 검사를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정 검사 사례처럼 한달 기한의 직무대리 발령을 수차례 갱신하는 경우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를 대리하는 상태에서 성남지청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 검찰이 근거로 든 검사인사규정 15조와 검찰근무규칙 4조는 각 검찰청의 장이 소관 검찰청 소속 검사 상호 간 직무를 대리하도록 할 수 있다고만 하고 있지, 다른 검찰청 직무대리를 규정하진 않는다. 만약 검찰총장 명의로 하루짜리 이중 직무대리 발령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서울중앙지검 소속으로 성남지청 재판 준비를 했다면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검찰청법 5조(검사의 직무관할) 위반이 된다.
허 부장판사의 퇴정 명령 역시 이러한 법적 문제가 발생한 데 따라 이뤄진 것이다.
한 대표가 이처럼 법적 근거가 없는 이중 직무대리 발령을 ‘정착된 제도’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근거로 재판부를 겨냥해 수위 높은 공격을 하는 건 다소 모순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로선) 이미 이렇게 저질러진 마당에 정쟁으로 몰고 가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재판부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식으로 가야 되는 상황”이라며 “이건 심리전이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검찰이 관행을 빙자해 위법을 일삼는데도 용인하자는 것이 한동훈 대표가 말하는 법과 원칙이냐”며 “한 대표는 노골적인 재판 개입을 중단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