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9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에 참여한 전국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경찰과 검찰이 정권 비판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애초부터 무리한 영장청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서울중앙지법 김미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박 모 씨와 강 모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피의자가 범죄 혐의에 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관련 증거가 대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일정한 주거에서 생활하고 부양할 가족이 있어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을 종합하면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황 모 씨와 김 모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공무집행방해 정도, 피의자의 역할과 가담 정도, 확보된 증거, 피의자의 직업과 범죄 전력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들은 모두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조합원으로, 지난 9일 집회 당시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사전 집회를 마치고 본대회 장소인 숭례문 인근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경찰이 통고하고 안내한 대로 본대회 장소인 숭례문으로 행진했는데, 돌연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본대회 장소로 진입을 막아서면서 조합원들과의 충돌을 유발했다는 게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경찰은 당시 집회 과정에서 노동자 시민 11명을 연행했고, 집회가 끝나자마자 구속을 포함한 엄정 수사 방침을 예고했다. 연행된 이들 중 범죄 혐의가 중한 6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하태승 변호사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 사안의 핵심은 경찰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건설산업연맹의 (본대회로의) 행진을 막은 것”이라며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경찰이 안내한 경로로 행진했는데, 막상 본대회 공간을 폴리스라인으로 막아두고 있으니 당연히 일반 참가자들은 위법하게 집회를 막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애초에 경찰과 수사기관이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했다는 생각”이라며 “경찰의 집회 방해에 대해서도 위법 소지가 있는 부분이 상당한데, (영장이 청구된) 이분들은 단순 집회 참가자들이라 영장이 필요한 사안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구속영장 요건은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도주의 우려, 주거 불분명 등이 있는데 경찰은 집회 끝나자마자 피의자 심문도 하기 전부터 구속영장부터 운운했다.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판을 키워보겠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지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법원이 민주노총 집회·행진은 정당했고, 막아섰던 경찰이 위법임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매도해 퇴진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기획은 실패했다”며 “민주노총은 지속적인 퇴진 광장을 열어낼 것이다. 11월 20일 2차, 12월 7일 3차 윤석열 퇴진 총궐기 대회에서 더 많은 시민과 함께 퇴진 함성을 더 크게 울려 퍼지도록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