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외교를 위해 2016년 이후 8년 만에 골프연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참석차 14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순방 계획을 발표하는 12일에도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자와)대화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우리 대통령의 공도 제대로 맞아야 해서 오랜만에 연습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대미외교를 준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준비가 ‘골프’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과연 정상인지 의문이다. 골프장을 찾았다 들키자 트럼프까지 변명에 동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골프’ 관련 입장이 나온 시점이 공교롭다. 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이틀 뒤인 9일 태릉 골프장을 찾았다가 언론에 포착됐다.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 소속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인사가 취재진에 “경호상의 이유로 취재를 중단해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취재진은 현장 취재를 중단했다. 보도가 바로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0일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이 주위의 조언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를 위해 최근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이 언론에 포착되자 ‘골프 외교’로 포장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골프 연습을 한다는 것은 트럼프 당선자와 골프 회동이 성사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상회담 일정과 형식이 어떻게 잡힐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골프회동’이라는 형식을 고정해 놓는다는 것은 대통령실이 백악관과의 협의 중 상당한 노력을 여기에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트럼프 당선자가 ‘골프광’이라고 해도, 국가 정상과 만나 골프를 친 사례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혹여 윤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갖게 된다면 트럼프 당선자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을 ‘대우’해줬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 대우에 대한 대가가 따를 가능성도 높다. 아베 전 총리가 골프를 친 것이 미일 외교에 도움이 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과연 당시 일본의 대미 외교가 성과적이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베 내각 시기에 일본은 미일 무역협정에서 굉장히 불리한 협상을 했고,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4배 늘려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이미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시기에 한국을 언급하며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골프 회동’을 얻어내는 대신 상당한 국익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미국 대통령과 협의해야 할 의제들은 한국의 운명을 가를 문제들이다.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가 있고 북한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경제정책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범정부 차원으로 대미 외교를 준비에 착수한다고 하는데, 대통령실에서 나온 ‘1호 대응’이 골프라니 한숨이 나온다. 대통령이 ‘골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쳐도 공식적으로 ‘골프를 치고 있다’고 떠들 때인가. 과연 대통령실이 여러 차례, 상세하고 자랑스럽게 밝힐 일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