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음의 저울] 세상을 제대로 읽는 법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11.09. ⓒ뉴시스


요즘 우리나라를 뒤흔드는 두 사람이 있다면 국내에서는 명태균이고, 국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일 것이다. 몇 달 전부터 우연인 듯하지만 정권 말기에나 나올만한 사건 중 하나가 명태균 국정농단 사건이 아닐까 싶다. 명태균이 국정농단의 ‘그림자 주역’으로 무슨 역할을 해왔는지 수많은 자료가 유출돼도 꿈적하지 않던 검찰은 약속 대련이라도 하듯이 긴급히 움직이고, 명태균도 그간 자신이 보였던 태도에서 돌변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는 듯하다. 한반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 대통령 선거에서 국내 수많은 언론과 논평가들은 트럼프와 해리스의 박빙선을 예상했지만 개표 몇 시간이 안 되어 트럼프의 압도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언론과 논평가들은 무엇을 보고 박빙이라고 예상했는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명태균은 아직도 무슨 예지력을 지니거나 권력을 주무르는 숨은 능력자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여론조작을 통해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사람을 홀리는 혓바닥으로 처세를 한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는 폭압적이고 난폭한 이미지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어떻게 수많은 미국인들의 환심을 사고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는지 언론과 논평가들의 생각을 다시 해야 할 시점이다.

사실 우리는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특성이 있다. 마크 레퍼(Mark Lepper)와 엘리자베스 프레스턴(Elizabeth Preston)는 사람들의 인지적 특성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상반된 두 연구를 읽게 하는데 한 그룹에는 사형이 살인사건을 예방하게 한다는 연구이고, 다른 그룹에게는 사형이 효과적인 범죄 예방책이 아니라는 연구보고서를 보게 하였다. 참가자들은 여지없이 자신들의 인지적 편향에 근거하여 사형제를 바라보는 결과를 나타냈다. 예를 들면 사형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사형의 예방적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를 더 좋아했고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를 탄탄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만족해했다. 반대 의견자들도 자신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예방적 효과가 없음에 더 환호했다고 한다.

AI시대 주술과 무당을 자처하는 이들이 농간을 하는 현실에서
세상을 제대로 읽는 방법은 내 생각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을 고려하는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상담 일을 하면서 자주 사람들로부터 미래 예측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까요”, “변화된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요”. 사람들은 위기에 처할수록 소위 용하다는 점쟁이나 무당을 찾아가 점지라도 받고 나면 무슨 힘이 생기는지 묻지도 따지지 않고 어퍼컷을 날리며 산다. 그래서 학력과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위기에 처하면 자문을 구할 사람을 찾고 소위 자문을 자처하는 무당이나 점쟁이들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불안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다만 권위가 있으려면 좀 더 살벌하고 위압적인 말투로 사람들을 조종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비용을 받고 상담을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무슨 미래니 무슨 이론이니 라는 말에 홀리며 사는 것이 실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우연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바람과 노력, 수많은 의사결정을 통해서 구축돼 지금의 풍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검은 화면 위의 프롬프트라고 불리는 곳에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하는 도스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쉽게 손으로 터치하면 눈으로 그리면 여러 정보를 탐색하는 컴퓨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과 노력이 현재의 스마트 폰을 만들었다. 이처럼 이후 삶은 지금부터 미래까지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될까요?”라고 묻기 전에 “앞으로 어떠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를 먼저 질문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통계나 여론조사를 맹신하는 세태 속에서 명태균의 농단이나 미 대통령 선거의 엉터리 예측이라는 사단이 난 것이다. 실제 사람들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특히 우리의 지난 대통령 선거처럼 여론으로 사람들의 인식에 혼란을 주고 심지어 조작으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데 능숙한 세력이 존재하는 한 미래에 대한 통계나 여론조사는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예측하려는 시도는 과학적인 테두리 안에서 오류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전제하는 한에서 의미가 있으며, 또한 미래를 우리의 비전으로 생각하고 이를 그려내야 하는 점에서 상황분석과 우리의 희망은 서로 보완관계일 수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2024.11.06. ⓒ뉴시스


다시 마크 레퍼(Mark Lepper)와 엘리자베스 프레스턴(Elizabeth Preston)의 실험으로 돌아가면 두 번째 실험에서 앞과 같은 절차대로 실험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각자의 기대와 바람대로 사물을 인식하는 점을 주지하고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하라는 주문을 했더니 연구의 생각대로 첫 실험의 결과와는 다르게 인지적 편향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AI시대 주술과 무당을 자처하는 이들의 농간을 마주하는 현실에서 세상을 제대로 읽는 방법은 내 생각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을 고려하는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닐까. 무슨 통계나 여론조사의 ‘예측’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미 컴퓨터 과학자 엘런 케이(Alan Curtis Kay)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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