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끝나자 국내 금융시장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1원 오른 1,406.6원을 기록했다.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른 건 1997년 IMF 위기와 2007년 국제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네번째다. 지금의 상황이 일상적인 변동폭을 넘고 있다는 신호다.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64% 내린 2,417에 장을 마쳤다. 미국 대선 이후 나흘째 내림세다. 일본과 중화권 증시도 비슷하다고 하지만 우리 증시의 하락폭이 훨씬 크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자동차 등 우리 경제의 주축 산업들이 트럼프 재집권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성장률과 고용처럼 민생과 직결되는 수치다. KDI는 1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p 낮췄다. 내수회복이 생각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여름까지만 해도 올해 전망치를 2.4%로 내다봤지만 그 이후엔 0.1~0.2%p를 낮춰 보고 있다. 내년 전망도 결코 밝지 않다. KDI는 내년도 성장 전망치를 2.1%에서 2.0%로 0.1%p 낮췄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8만3천명 증가에 그쳤다. 지속된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소매업과 건설업에서 고용 감소는 뚜렷하다. 도소매업은 8개월, 건설업은 6개월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생기는 일자리는 고령층 일자리고 청년층 일자리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고용율에 비해 체감경기의 하락세가 더 분명한 이유다.
문제는 이 정부에서 누구도 민생을 챙기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뜬금없이 미국 대선의 '교훈'을 거론하면서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데 도무지 맥락을 알기 어렵다. 감세와 재정긴축을 신봉하는 정부가 무슨 방법으로 양극화를 타개할 수 있겠나. 윤 대통령이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나 알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불확실성과 민생 악화에 대응해나갈 수단은 재정 밖에 없다. 그러자면 추경을 통해 확장 재정을 추진해야 할텐데, 이 정부가 그럴 리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