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와 업무상횡령, 보조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전 의원에 대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원심이 14일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받은 윤 전 의원은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끝까지 무죄를 다퉜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윤 전 의원은 판결 뒤 아쉬움을 나타내며 “오늘의 결과로 여전히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제 소명을 감당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도 “4년 반 동안 채워졌던 무거운 족쇄를 풀고 더욱더 투명하고 엄정하게 내실을 다지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확정판결로 2020년 4월 총선 직후 보수언론의 보도로 시작된 이 사건의 법적 절차는 완료됐다. 이와 별개로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언론이 보여준,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닌 흉기인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혹함을 안겨준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윤 전 의원과 정의연(전신은 정대협)은 1990년부터 ‘위안부’ 운동을 시작하고, 국제적 평화인권운동으로 확장시켜온 주역이다. 색깔론과 여성혐오를 뚫고 이뤄낸 소중한 성과였다. 특히 2015년 박근혜 정권의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국민과 함께 무너뜨린 선봉이었다. 이로 인해 한미일 동맹을 구축하려는 보수진영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윤 전 의원에게 광란적 공세가 쏟아진 배경이다.
이 사건 보도에서는 사실 확인 누락과 왜곡, 관계자에 대한 조리돌림식 취재, 수사기관이 불러주는 대로 쓰기, 맹목적인 단독 경쟁 등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고의적인 안성 힐링센터 고가 구입과 헐값 처분, 소녀상 모금 유용, 공금 유용해 딸 유학비 사용과 부동산 구입, 맥줏집 회식에 공금 사용, 길원옥 할머니 학대와 재산 갈취, 부친 특혜채용으로 인건비 유용, 배우자에게 일감 몰아주기 등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보도가 손으로 꼽기도 어렵다. 이를 토대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밥을 굶겼다, 윤 전 의원 가족이 몰래 호화생활을 즐겼다는 루머가 온라인을 덮었다. 결국 평생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헌신하던 활동가가 생을 등지는 비극으로 이어졌으나 언론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윤 전 의원에게 유죄가 확정됐다고 언론의 취재를 가장한 폭력이 면죄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왜곡보도는 수사기관의 먼지털이식 수사, 별건수사와 상호작용을 했고 법의 저울은 재판 전부터 이미 기울어져 버렸다. 한참 뒤 정정보도 되거나 손해배상을 한 사례도 많지만, 이미 윤 전 의원은 파렴치의 상징이 됐다. 일부 언론은 정의연과 ‘위안부’ 운동이 윤미향 1인 체제로 굳어져 의사결정이나 재정운용 등에 문제점이 누적됐다고 원인을 찾기도 했다. 일부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30여년 운동의 결과에 과오와 미비함이 있다고, 일방적 폭력이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다. 윤미향 개인이 아니라 함께 했던 ‘위안부’ 피해 운동가과 활동가, 시민들 모두를 모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 전 의원이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형 집행유예 확정선고를 받자 언론이 ‘지연된 정의’를 운운한다. 윤 전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마녀사냥이 벌어졌고, 그중 극소수가 유죄가 됐다. 그렇다면 언론의 숱한 왜곡보도와 오보에 대한 성찰과 정의실현은 언제 되는 것인가. 지금 언론에 필요한 것은 그릇된 보도와 마주하는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