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키드'가 개봉 첫날 8만4천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하반기 인기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봉 전부터 낌새는 있었다. 개봉 4일 전인 지난 1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위키드'는 예매율 62,313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뮤지컬 영화의 최고 흥행작 '알라딘'의 개봉 1일 전 사전 예매량 41,809장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였다. '알라딘'은 1,280만 관객을 돌파했다.
'위키드'를 보고 나면 왜 사람들이 '위키드'에 열광하게 되는지 알게 된다. '위키드'의 매력을 이끄는 두 축은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뮤직 넘버(를 수식하는 영화적 효과)들이다. 여기에 뮤지컬에서 펼쳐진 상상의 영역을 영화라는 매체가 충실히 수행해주기까지 했다.
우선 '위키드'의 두 주역인 엘파바와 글린다를 보자. 엘파바는 피부색이 초록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 왔다. 그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알아채지 못한다. 엘파바는 자신의 피부를 희한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속에서 주눅 들것 같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의연하다. 그리고 엘파바는 동생을 따라서 가게 된 학교에서 글린다를 만나게 된다. 글린다는 친구들을 제멋대로 부리고 행동하는 것 같아 얄밉지만, 어딘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영화 초반, 두 사람은 치고 받고 다투고 눈치 보며 룸메이트 생활을 이어 나간다. 영화에 노골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늘 외롭게 성장한 엘파바는 친구들 사이에 섞여 있는 글린다를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마법사가 될 능력이 없다고 평가 받는 글린다는 능력을 인정받은 엘파바를 시기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결핍을 끌어안은 두 사람은 마법사 모자와 마법 수업 참관이라는 계기로 마음을 열게 된다.
두 사람의 모습은 우정을 쌓아가는 단순한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화려한 배경과 짧은 호흡으로 흘러가는 장면 전환 덕분에 영화는 지루할 새 없다. 여기에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뮤직 넘버들도 귀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엘파바와 글린다는 마법사의 초대를 받아 에메랄드 시티로 떠나게 된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 시티가 품은 불편한 진실은 배제와 혐오였다.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공공의 적을 창출하고,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고, 혐오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배제와 혐오라는 물결 속에서 엘파바의 선택은 관객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이 분위기에 걸맞게 등장하는 노래 '중력을 거슬러(Defying Gravity)'는 영화의 온도를 한층 더 뜨겁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상상이라는 목마름을 해소시켜준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위키드'는 1편이다. 2편은 내년에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조나단 베일리, 에단 슬레이터, 양자경, 제프 골드브럼 등이 출연한다. 존 추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