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이 보여준 미하엘 엔데의 연극, ‘죠죠’

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 연극 죠죠 Jojo 연습사진 ⓒ국립극단

공장 한편에 낡은 왜건 세 대가 놓여 있다. 공장이라 하기에는 공연장 같고 공연장이라 하기에는 낡고 투박한 공장에 가깝다. 공장 안에는 서커스단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공장 측과 대화를 하기 위해 간 죠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내일부터 공장 공사가 시작되면 이들은 모두 쫓겨나게 되기 때문이다.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도 있고 쫓겨나게 될 거라고 확신하는 이들도 있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서커스단 사람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죠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죠죠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기대 반 궁금증반으로 죠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들은 쫓겨나 뿔뿔이 흩어지게 될까? 아니면 다시 서커스 공연을 할 수 있게 될까?

미하엘 엔데가 그린 환상 동화의 진짜 속내


공연장은 여느 공연과 달리 조금 들떠 보였다. 객석의 관객들도 그러했고, 20명의 등장인물이 모두 올라와 있는 무대 위의 배우들도 긴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이 공연이 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의 한 해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선보이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11월 16일에서 17일 양일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죠죠 Jojo’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국립극단은 지난 2월 공개 심사를 통해 40명의 배우를 청년교육단원으로 선발했다. 19세 이상 34세 미만으로 구성된 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은 8개월 동안 창작 역량 강화 교육을 중심으로 신체동작, 화술, 알렌산더테크닉, 현장 리서치 등을 거쳐 최종 발표회 무대에 갖게 된 것이다.

이들이 올린 작품 ‘죠죠 Jojo’는 국내 무대에 처음 오르는 작품이다. 이 연극의 원작은 판타지 문학으로 유명한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가 1982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동화 작가이자 판타지 작가인 엔데는 동화의 형식을 빌려 현대인들을 비판하는 ‘모모’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작품 ‘죠죠 Jojo’ 역시 판타지와 초현실적인 동화 기법을 활용했으며, 쫓겨날 위기에 처한 낡은 서커스단의 이야기를 빌어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와 자본의 폭력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국립극단 청년교육단원 연극 죠죠 Jojo 연습사진 ⓒ국립극단

20인의 청년 배우들이 보여준 무대 위 <죠죠>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20명의 배우들이 모두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주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공연을 이어갔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무대인데도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군무와 액션 연기도 세련됐다.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육과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라는 이대웅 연출가의 언급처럼 청년 배우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청년 배우들에게 찾고 싶은 희망, 그리고 내일


공식 연극 무대도 아니고 청년교육단원들의 최종 발표회인 작품을 보러 간 이유는 ‘보고 싶어서’였다. 앞으로 연극 무대에서 종횡무진 존재감을 보일 청년들을 보고 싶었다. 성장하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기도 했다. ‘현상 유지’에 익숙한 기성세대이기에 ‘도전’이 숙명인 청년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더불어 날선 청년들의 들뜬 목소리도 듣고 싶었다. 기성세대의 귓불이 빨개지도록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을 보고 싶었다. 그게 필요한 세상이어서 더 갈급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사랑하면 모두를 사랑할 수 있지 ㅡ
그런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찾지 못한 이는 무엇을 사랑할까?”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중한 일원을 내쫓아야 한다는 공장 측의 제안에 서커스 단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쉽게도 연극은 그런 답을 주지는 못했다. 언젠가 우리에게 혹은 청년들에게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연극 ‘죠조’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했던 연대의 손길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비록 오랜 연습으로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을 무대였겠지만, 누군가는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은 청년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고 싶어 했다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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