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일 저자세 외교로 간도 쓸개도 다 내주더니 이제는 마지막 남은 민족의 영혼마저 강탈당할 텐가. 이번 사도 광산 추도식 사태를 보며 무너진 국민의 억장을 어찌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피해자의 울분 앞에 진솔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또 어떤가.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반성이 있을 줄 알고 추도식을 위해 바다를 건넜지만 정작 이들을 맞이한 건 냉대와 모욕이었다. 강제동원이라는 인정도 없었고, 따라서 일말의 유감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일본 전범의 정신을 추앙하는 고위급 인사를 보란 듯이 내보낸 일본 정부의 위압만 있었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주인공이 아닌 축하 의례의 들러리로 세우려는 계획만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걸 몰랐는가. 한국의 동의가 아니고서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어려웠던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추도식은 철저히 우리 정부의 요구 사항이 수용되어 진행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 같은 사태를 맞았다면 정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동안의 과정을 소상하게 밝혀 책임질 자들에게 응당한 처분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 식민지 강점 시기 강제동원 등 우리 국민이 입었던 피해에 대해 한 번도 진심으로 반성한 적이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 노골적으로 변한 대일 저자세 외교 때문에 그들의 안하무인격 태도는 더욱 날개를 달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다수 언론이 대일 저자세 외교의 결과라고 말하지만 이런 표현도 작금의 사태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우리 정부가 일본 우익 정부의 2중대가 되어버렸다고 말하는 게 더 아울리지 않는가.
공식 추도식에 불참한 유가족들은 우리 정부 인사와 함께 조용한 곳에서 별도의 추도식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주인공 대접도 못 받고 한데에 몰려버린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가슴에 아예 대못을 박은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대표할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