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종섭·명태균과 연락한 윤 대통령 '쓰던 폰', 지금 어디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2024.11.07.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최근 개인 휴대전화 기기와 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소통 시스템의 변화 차원"이라고 홍보했다. '명태균 녹음 파일' 논란이 터진 뒤 대통령실이 내놓은 첫 후속 조치지만, 야당에서는 "무슨 업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발표하고 있나", "그 안에 대단한 것이라도 들어 있나"라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된 뒤인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 의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다 당시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에 대해 언급했다.

명 씨와의 사적 연락, 김 여사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7시간 통화, 무속인 천공·건진법사와의 친분 등에 관한 질문을 받고 '탓'하다 "검사 때 쓰던 휴대폰을 계속 쓰고 있다"고 실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8분여에 걸쳐 '사적 연락' 논란을 해명했는데 "제가 대통령이 됐어도 검사 때 쓰던 휴대폰을 계속 쓰고 있으니까 '무조건 바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저 나름의 보안폰도 가지고 있다"면서도 "뭐 공무원들, 장차관들하고도 크게 국가안보나 이런 거에, 저게 아닐 때는 그냥 제 휴대폰을 쓴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제 휴대폰으로도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문자가 들어온다. 제가 시간 날 때 한번 쭉 읽어본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바꾸라는 주변의 요구에 대해서는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며 "워낙 오래 쓰던 번호라 정말 아까워서 그런 마음도 있겠지만, 사실은 제 처도 휴대폰 바꿨어야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국민", "여론을 듣는 데 도움", "저하고 통화하신 분 아마 손 들으라고 그러면 무지하게 많을 것" 등 말을 늘어놓으며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아 발생하는 장점에 관해 연신 설명했다.

'쓰던 번호가 아까워서'가 대통령이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보안 문제는 야권으로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온 문제였다. 기자회견 이후 윤 대통령의 허술한 보안 의식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는 도·감청 방지 기능이 있는 업무용 '비화폰'과 달리 보안성이 없다. 국가 보안 유지에 특히 신경 써야 할 대통령이 앞장서 국가 보안에 구멍을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이미 개인 휴대전화 번호 노출로 난처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작성한 원서가 언론을 통해 그대로 대중에게 중계됐는데, 서류에 적힌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녔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부부의 휴대전화 교체가 지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증거인멸' 가능성이다.

굵직하게 보았을 때,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현재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명태균 씨 공천개입 논란'의 수사 대상자고, 두 사람의 휴대전화는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있어 가치성이 높은 증거에 속한다. 야당이 통신 내역 보존 기한을 세어 가며, 수사기관에 '기록 확보'를 연일 촉구했던 그 휴대전화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기록' 경찰 이첩이 석연치 않게 보류된 시기, 개인 휴대전화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이 있다. 이 휴대전화로 명 씨와는 '김영선 공천'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여사는 명 씨는 물론,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최재영 목사 등과 나눈 사적 메시지 내용이 논란이 됐다.

피의자의 휴대전화 교체·폐기는 대표적인 증거인멸 수단 중 하나다. 때문에 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의 행방에 주목한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휴대전화 교체를 구실로 핵심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지금 당장 휴대전화를 수사가 진행 중인 공수처에 자진해서 제출하라"며 "공수처는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 지금 즉시 대통령 부부의 기존 휴대전화를 증거보전 신청하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기존 전화기는 가장 필요로 하는 검찰에 제출하길 바란다. 혹시라도 해외 순방 가서 잃어버리거나 강이나 바다에 던져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다. 이러한 우려와 잡음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최근까지 사용하던 휴대전화에 대한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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