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총력을 기울여 준비한 사상 첫 정책대회가 27일 막을 올렸다.
민주노총은 이날부터 29일까지 2박 3일간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정책대회를 진행한다. 전날 밤부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교통대란이 이어지고, 정책대회가 열리는 강원 역시 대설특보가 내려 이동이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2천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정책대회장으로 속속 모였다. 520평이 넘는 대회의장은 각 노조를 상징하는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로 가득 채워졌고, 준비한 좌석이 부족해 한켠에 서서 개회식에 참여한 조합원들도 있었다.
정책대회는 ‘도약하라! 민주노총, 주도하라! 새시대를’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린다. 지난 30년을 돌아보고, 조합원들의 토론을 통해 민주노총의 앞으로의 30년을 함께 모색하고 결정하자는 취지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사업이 진행되긴 했지만, 현장 간부들과 조합원들까지 폭넓게 참여한 대규모 대회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30년을 맞이한 민주노총에 필요한 건 무엇일까라는 것이 정책대회를 준비한 출발이었다”며 “이제 민주노총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우리는 마음을 모아야 하고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1995년 울산에서, 창원에서 대공장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이 주축이었던 민주노총은 남성과 여성,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제조업과 민간과 공공부문과 사무직 노동자들이 함께 어우러진 120만의 큰 조직이 되었다. 이 120만 조직의 힘을 어디로, 어떻게 쓸 것인가가 오늘 정책대회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라며 “(과거와 같이) 의결 단위에서 결정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전체 조합원과 간부들이 함께 결의하고 만드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제노총 인사들도 민주노총의 30주년을 축하하고, 정책대회의 성공을 한목소리로 기원했다.
뤽 트리앙글레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연대사를 통해 “민주노총의 창립은 한국 노동자 민중의 군사독재에 맞선 투쟁의 증거이자 자유와 정의, 평등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노동자들이 추구해 온 증거”라고 말했다. 조엘 오디기 국제노총 아프리카 지역본부 사무총장은 “정책대회 개최는 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결의와 전략적이고 앞을 내다보는 민주노총의 비전을 보여준다”며 “성공적인 정책대회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책대회 현장에는 프랑스노총, 브라질노총 관계자들은 물론 일본노총 인사들도 함께했다.
정책대회 전부터 현장토론·여론조사 진행 10명 중 8명 “사회적 대화 모색해야”
정책대회에 모인 조합원들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산별노조 혁신·강화 ▲조직운영과 혁신 ▲사회변화에 따른 노동운동 대응전략 등 4가지 큰 주제의 15개 세션에 각각 참여해 치열한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토론을 거쳐 의견이 모아진 의제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의제들은 추후에도 계속 토론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책대회를 위해 조합원들은 지난 2개월간 현장토론과 여론조사를 이어왔다. 현장토론은 산하·가맹 노조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조를 만들어 4가지 주제 중 하나의 주제를 골라 1시간가량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9월 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된 현장토론에는 총 581개 사업장에서 4,818명이 참여했다. 온라인 조사도 9월 24일부터 11월 9일까지 진행됐으며 7,827명이 응답했다.
현장토론과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러 현안에 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먼저,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은 내셔녈센터로서 조합원과 노동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사회적 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응답한 조합원이 85.6%로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세력화’ 영역에서는 “민주노총이 주도한 진보정치 세력의 연합정당을 만들어 전략적 동맹관계를 가지며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46.8%로 다수였다.
민주노총이 힘을 기울여야 할 사회연대사업 1순위로는 “사회복지제도 강화(34.1%)”를 꼽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민주노총이 가장 중요하게 대응해야 할 사회변화 영역 1순위는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노동환경 변화(34.6%)”롤 택한 조합원들이 많았다. 투쟁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국민들과 직접 접촉하고 호흡하는 대국민 사업 강화(40.4%)”를 바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토론부터 초청강연 및 대담까지, 2박3일 간 3개 세션·15개 일정으로 빼곡히 채운 정책대회
2박 3일간 열리는 정책대회는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각 세션별 일정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조합원들은 세션별로 마련된 6개 안팎의 토론 및 강연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참여한다.
27일 오후 진행된 첫 세션에는 프랑스 노총의 실뱅 골드스테인 국제국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경제문제 담당을 통해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노총의 역할을 알아보는 초청강연 및 대담이 진행됐으며, 동시에 산별노조 혁신 강화 토론회, 의결기구(대의원대회) 혁신을 위한 토론회, 기후 위기 관련 북토크가 열렸다. 모든 토론이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또한, 브라질 노총의 페르낭두 비첸치 비바우두의 국제관계 사무국 조정자에게 브라질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관한 입장과 집권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당의 역할을 듣는 초청 강연도 마련됐다.
둘째 날인 28일에는 두 개의 세션이 진행된다. 2번째 세션에는 ▲설문조사로 본 노동자 정치세력화 ▲조직 갈등에 대한 진단 및 갈등 조정 워크숍 ▲조직 및 투쟁(집회) 문화 혁신을 위한 토론회 ▲저출산 현상과 성 불평등, 노동조합의 대응 ▲대전환 시대 노동운동 대응 원탁회의 등이 진행된다. 3번째 세션에는 ▲초기업 교섭의 경험과 과제 ▲재정 안정화(혁신)를 위한 토론회 ▲사회 변화와 이주노동자 조직화 및 권리 보장 토론회 등이 열린다.
마지막 날인 29일은 폐막식으로 마무리한다. 세션별 토론 내용을 종합하고, 의제별로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공동 키워드를 통해 완성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것으로 정책대회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