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포함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특사단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러북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사단 방한 주목적이 무기 지원 요청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끝나가는 전쟁에 무기를 대주며 뛰어들어 국가와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명분부터 희박하다. 그간 비살상용 지원을 해온 정부는 북한군 대규모 파병설을 계기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전파한 북한군 파병설은 아직 실체가 없다. 1만명이 넘는 북한군은 러시아에도 있고, 우크라이나에도 있다고 한다. 사상자가 나오고 포로도 있다더니 모습이 보이지를 않는다. 미국 등도 대단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다. 출처도 불분명하고, 확인도 불가한 정보를 근거로 전쟁에 개입한다는 게 말이 되나. 정부여당 일각에서 ‘6.25 전쟁 당시 도움’ 운운하는데, 우크라이나는 당시 소련의 일부다. 굳이 따지면 적국이었는데 파병으로 보은을 한다는 건 황당하지 않은가.
전쟁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빠른 종전’ 입장을 수차 천명한 바 있다. 현재 전황의 격화하는 것은 임박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목적이 크다. 더욱이 전세는 러시아 우세로 기울고 있다. 러시아는 개전 이후 최고 속도로 점령지를 늘려가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대부분 전선에서 고전 중이다. 서방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손절’ 여론이 높아지니 머나먼 한국까지 무기 지원을 요청하게 됐다.
러시아는 직접적인 무기 지원을 하는 국가도 교전국으로 간주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사실상 전쟁 초기부터 개입한 나토 주요국이 공식적인 참전을 선언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 미국이 지원한 사거리가 긴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사용되자 러시아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해 서방에 경고했다. 비록 한러 관계가 최악이지만, 교전국이 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앞으로 미국·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종전협상이 진행되면, 전쟁 막판에 뛰어든 한국은 이득도 없이 덩그러니 남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내년 1월 20일로 다가왔는데, 한국 정부가 미국 차기 정부 방침에 어긋나게 무기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정권이 아니라 국가적 비극이 된다. 윤 대통령이 불리한 국내정치 상황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키우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국민도 많다. 세계 곳곳에서 포성이 그치질 않고, 최악의 남북 관계는 작은 불씨도 실전으로 번질 위험이 높다. 어떤 의도든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걸고 도박을 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역사적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