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잡겠다고 ‘위증’ 사건 창조하려다 무산된 검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증인에게 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인 김진성 씨가 위증할 것이라고 사전에 인지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경우 혐의 6개 중 4개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검찰 및 여권에서는 위증한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위증교사가 무죄가 나올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사건의 시작과 전개 과정, 그와 연계된 사건들의 시점, 판결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사건의 시작, 22년 전 KBS PD의 검사 사칭 사건


위증교사 사건의 간략한 구조는 이렇다. 이 대표는 2002년에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2018년에도 재판을 받았는데, 이 재판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하게 했다는 혐의로 2023년 10월 기소된다. 검찰은 다른 사건으로 해당 증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정황을 포착해 이 대표를 기소하기에 이른다.

통상 수사기관이 법정에서의 위증 및 취증교사를 인지하는 시점은 증언이 있은 지 1~2일 후, 길어야 일주일 후인데, 검찰이 이 사건을 인지한 건 최초 사건 기준 21년 후, 증언 기준 5년 후였다. 여기서부터 평범하지 않다.

이 대표가 2002년 기소된 사건은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연루된 검사 사칭 사건이다. 이 대표는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으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KBS ‘추적60분’ PD와 함께 검사를 사칭해 김 시장으로부터 답변을 받아냈다는 혐의로 기소돼 2004년 벌금 150만 원을 확정받았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이던 2018년 5월 선거 토론회에서 소환된다. 당시 상대 후보로부터 이 사건이 거론되자, 이 대표는 “PD가 검사 사칭을 할 때 제가 옆에서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검사 사칭을)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 상대 후보 측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사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한 건 거짓이라며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고, 사건은 검찰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최종적으로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던 2021년부터 성남시장 시절 있었던 각종 도시개발 사업(대장동, 백현동)과 관련한 구설에 올랐다. 검찰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가 대선이 끝난 직후 본격적으로 이 대표를 피의자로 특정해 수사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알선수재→위증, 수사 방향 튼 검찰
적극적으로 자신의 유죄 주장한 증인


검찰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정황을 포착한 건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다.

검찰은 이 대표가 구설에 오른 개발사업 중 백현동 관련 사건을 들여다보다가 이 대표와 연이 있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사이에 돈이 오간 사실을 파악하고, 김 전 대표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77억 원 상당의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렸다. 검찰이 이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한 또 다른 인물이 이 대표의 부탁으로 위증했다고 지목된 김진성 씨다.

검찰은 작년에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김 씨의 휴대전화에서 2018년 12월 김 씨가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을 앞두고 있던 이 대표와 법정 증언에 관한 통화를 한 녹음파일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증언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을 위증교사로 규정했다.

검찰청. ⓒ뉴시스


검찰은 이때부터 김 씨와 관련한 수사 방향을 백현동 사업 알선수재 사건에서 위증 사건으로 틀었다. 별건 수사를 시작했던 것이다. 함께 수사를 받던 김인섭 전 대표가 구속되고 1심~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는 동안 김 씨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위증죄가 인정될 경우 형량은 6개월~1년 6개월이며, 특가법상 알선수재죄 형량은 수뢰액 1억 원 이상일 경우 징역 2년~4년이다. 가중요소가 적용되면 징역 3년~5년이다. 김 씨는 백현동 관련 알선수재 사건 외에도 도 감청 탐지장치 납품 관련 알선수재 사건, 골프장 납품 관련 사기 사건에도 연루돼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씨는 이 굵직한 3개 사건에 대한 어떤 처분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김 씨는 위증 혐의를 부인하다가 작년 3월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후부터 “현직 도지사의 요구를 차마 거부하기 어려워 위증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고, 재판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유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김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처분과 김 씨의 적극적인 유죄 주장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래서 야권과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플리바게닝’(형량 거래)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다. 검찰 출신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지난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정감사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검찰이 김진성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 기소를 안 하고 공범 김인섭 씨만 기소해서 유죄를 받게 만들었고, 독자적인 알선수재 사건도 기소를 안 했다. 김진성의 사기 사건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보냈는데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며 “결국 이재명을 잡기 위해 협조하는 이유로 회유와 협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플리바게닝을 넘어 직권남용 강요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데, 공수처에서 수사할 용의가 있냐”고 말했다. 이에 오 처장은 “범죄가 되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검찰 출신인 같은 당 이건태 의원도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검찰이 김 씨의 알선수재 사건을 압박 수단으로 수사 기소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에서 부정된 검찰의 주장


위증교사 사건 재판의 쟁점은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말한 배경에 대한 김 씨의 세부적인 법정 증언이 이 대표의 교사로 인해 나왔냐는 것이었다. 당시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나왔던 김 씨 증언 중엔 이 대표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도 있었고, 일치하는 것도 있었다. 검찰은 이 중에서 김 씨가 잘 알지 못하는 사항을 아는 것처럼 증언했던 부분을 포착해 ‘위증’ 프레임을 씌운 뒤에, 두 사람이 통화한 내용을 근거로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다는 논리를 구성했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재판에서 다뤄진 유일한 물적 증거는 검찰이 김 씨로부터 확보한 이 대표와의 통화녹음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이뤄진 2018년 12월 통화녹음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 당시 김 씨가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으니, 당시 사건이 전개된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배경 설명을 한다.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사건을 억울하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김 시장과 KBS가 나를 주범으로 덮어씌우는 쪽으로 사건을 몰아갔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그 당시 분위기상 김 시장 측과 KBS 사이에 그런 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해 증언을 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한다. 이에 김 씨는 김 시장 캠프 분위기에 대해 “그때 뭐 분위기는 사실은 굉장히 그렇게 가는 분위기였다”고 동조하면서, 이 대표가 하는 말의 상당 부분을 긍정했다. 이 대표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는 걸 말해주면 된다”고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캠프 분위기에 관한 증언의 경우 김 씨의 기억과 일치한다고 보고 위증이 아니라고 봤다.

김 씨가 당시 KBS PD에 대한 고소 취하 약속을 비롯한 구체적인 협의 사항에 관해 김 시장과 KBS 사이에 특정한 말이 오갔는지에 대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자, 이 대표가 “김 비서관님이 안 본 거, 그런 얘기는 할 필요 없다”, “직접은 아니고 전체 분위기나 전해들은 이야기, 그런 상황이었다는 것만 얘기해줘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건을 다시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다” 등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김 씨가 김 시장과 KBS 사이 구체적인 협의 사항을 증언한 부분을 위증이라고 봤다. 반면 이 대표가 요청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진술해달라’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대표가 파악하고 있던 상황이 김 씨의 증언 내용과 부합하기 때문에 김 씨의 증언을 허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하지도 않았고, 교사의 고의도 없었다며 무죄 선고를 했다.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증언을 요청한 행위는 통상적인 수준에서 이뤄진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해당다고 판단했다. 김 씨에 대해서는 위증 일부를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결국 사건의 전개 과정과 1심 법원 판결에 비춰봤을 때 남는 의문은 ‘이재명은 기억나는 사실대로 진술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김진성은 왜 뒤늦게 위증을 자백했을까’다. 김 씨의 자백은 검찰의 백현동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검찰과 김진성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가릴 수 있는 공적 절차가 마땅치 않다. 남은 상급심 결과와 김 씨가 수사받던 백현동 개발 알선수재 등 다른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처분 결과가 실체 판단에 근접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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