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도 때론 진실을 말한다. 정권의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지더니 결국 11월 7일 대통령이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러나 부인 비리 등 각종 의혹에 엉뚱한 답변으로 정권 퇴진의 불길만 더 댕겼다. 그런 가운데 핵발전소 수출 관련 대통령의 답변이 귀를 솔깃하게 했다. 나름 진실을 말하는 순간이었다.
체코 핵발전소 헐값 수주를 묻는 기자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2기를 24조 원에 수주한 거를 헐값이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무식한 얘기”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 대한민국 기준에서 핵발전소 1기를 12조 원에 판다면 대박이 따로 없다.
국내에서 최근에 건설한 울산시의 새울 1,2호기는 핵발전소 1기(140만kW) 건설에 약 4조 원이 들었다. 국내에서 4조 원짜리 물건을 해외에 12조 원에 판매한다면 금탑산업훈장을 받아야지 헐값 수주했다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헐값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경쟁국인 프랑스보다 너무 싸게 내놓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입찰 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2020년 발간한 ‘전력생산 비용전망(Projected Costs of Generating Electricity)’ 보고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5년 주기로 발간되고, 5년 후의 경제지표를 전망한다. 그러니까 2020년 보고서는 2025년을 예측한 최신 자료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핵발전소 1기(100만kW)의 초기 건설비가 프랑스는 40억 달러인 데 반해 한국은 21억 달러다. 우리가 거의 반값이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7개국(미국, 중국, 인도 등) 중 우리나라가 가장 저렴하다. 안타깝지만 건설비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분명 싸구려다.
핵발전소가 싸구려여서 그런지 전기 생산 원가도 우리나라가 가장 저렴하다. 핵발전소에서 시간당 1,000kW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한국은 53.3달러면 충분하지만, 미국은 71.25달러, 유럽은 71.1달러가 필요하다.
반면 태양광 발전은 우리나라가 가장 비싸다. 시간당 1,000kW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한국은 96.56달러가 필요하지만, 미국은 44달러, 유럽은 62.95달러면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이 핵발전보다 비싼 거의 유일한 나라다.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는 그나마 핵발전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가장 객관적인 핵산업 보고서로 평가받는 ‘2024 세계 핵발전 현황 분석’(WNISR 2024) 보고서는 매우 놀랍다. 2024년 기준으로 시간당 1,000kW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핵발전은 182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태양광 발전은 61달러면 충분하다. 이미 세계적 추세는 태양광 발전이 핵발전의 3분의 1 가격이다.
우리만 핵발전이 가장 저렴하고, 이상하게 태양광이 가장 비싸다. 세계적 추세와 180도 거꾸로 움직이는 우리의 전력 생산 시스템은 분명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났다. 핵발전은 비싸야 정상이다. 디올 백을 반값에 구입했다면 디올이 아니라 짝퉁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핵발전소 2기를 24조 원에 수출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터무니없이 저렴한 국내의 싸구려 핵발전소가 두렵다. 아무래도 “비싼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