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의힘 진흙탕 싸움, 너무 저열하다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3주째 이어지고 있다. 25일 최고위 회의에서 친윤(친윤석열)과 친한(친한동훈) 계파 간 설전이 이어지며, 비공개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28일 급기야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원총회까지 거치며 긴급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양쪽은 전면전이라도 벌일 태세다. 서민들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민주주의는 질식당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보여주는 저열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논란의 출발은 단순하다. 당원게시판에 올린 윤 대통령 저격 글들이 한동훈 대표와 그 가족들이 작성한 것이 맞는지 시비를 가리는 것이다. 한 대표는 한 번도 속 시원하게 관련 없다고 말하지 못했고, 그럴수록 친윤계에서는 공격의 칼날이 예리해졌다. 한 대표의 인식은 "당 대표를 흔들고 공격하려는 것"이다. 나아가 "최근에 (당게 관련) 문제를 제기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명태균 리스트에 관련돼 있거나 김대남 사건 등 자기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수많은 의혹에 제대로된 해명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의혹을 또 다른 의혹으로 몰고 공세에 역공으로 화답하니 남는 것은 끝도 없는 진흙탕 싸움뿐이다.

친윤계의 과격한 공세의 속내는 뻔하다. 다음 달 10일 재표결이 예정된 김건희 특별법 표 단속을 위해서다. 지난 4일 특검법 표결에서 반대표는 104표 밖에 나오지 않았다. 4표만 더 이탈하면 재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친윤계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뜻을 헤아려 김건희여사 호위무사를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두 세력 누구도 편을 들어줄 국민이 없다.

결국 책임은 민생을 등한시하고 정략적 이익에만 골몰한 채 국민이 아닌 내부를 향한 정치를 지속해온 여권 지도부 전체에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민생 위기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민은 치솟는 물가, 감소하는 소득, 대외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버티고 있다. 그런데 여당은 이 엄중한 시기에 내부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들 속에서 퇴진, 하야, 탄핵 주장이 자연스레 터져 나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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