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국정조사 요구서’가 국민의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12월 10일 정기국회 종료 전 처리된다. 이런 가운데,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는 국민의힘은 참여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조사에 참여하여 여당의 입장과 시각을 피력하는 게 불참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조 사양하겠다”던 국민의힘 국조 야당 단독으로 추진될 듯하자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 잡아” 다시 떠오르는 이태원참사 국조
채 상병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해병대수사단장이 국방부 장관의 서명 결재까지 받은 수사결과가 윗선의 개입으로 바뀌었다는 여러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수사결과를 바꾸라는 윗선의 압력을 뿌리친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군사재판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의혹을 풀기 위해 국회는 야당 주도로 ‘채 상병 특검법’을 세 차례나 만들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모두 폐기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담당 검사들이 윤 대통령의 재가로 수사 중단 위기를 넘기고 수사를 재개했다지만, 지휘부가 바뀐 공수처만 믿고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야당은 올해 6월 18일 국회에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채 상병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정조사는 실시 여부는 국회의장이 결정한다.
국정조사 요구서 접수 후 5개월이 지난 이달 22일 오전,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며칠 전 국회의장실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관련 국민의힘 의견서를 요청했다”면서 “(국민의힘 입장을) 말하겠다. 정쟁만을 양산하는 국정조사는 사양하겠다”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의혹을 해소하고 국가와 국민 사이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회가 세 차례에 걸쳐 특검법을 의결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제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라며 “이번 정기국회 안에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국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취재진의 질문에, “국정조사는 엄격하게 큰 폭의 동의가 있을 때 사용되어야 한다. 채 상병 사건은 거기에 부합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검이 안 되면 국정조사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여야는 27일까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을 선임해 달라”는 우 의장의 요청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27일 총 11명(더불어민주당 박범계·박주민·김병주·장경태·김성회·부승찬·이상식·황명선, 조국혁신당 박은정)의 의원을 위원으로 추천했다. 이번 국정조사 특위는 국회 의석 비율을 반영해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
명분 없이 국정조사에 불참했다가 하루 만에 참여로 돌아선 지난 2022년 말 상황이 반복될 듯하자, 국민의힘은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29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당내 의원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추 원내대표는 주말인 11월 30일과 12월 1일 이틀간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추 원내대표는 29일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주말 중 고심해서 가급적 다음 주 초에는 의견을 정리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어떤 입장으로 참여하느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채 상병 사건 및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같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해서는 “고귀한 희생을 기려야 할 것”이라면서도,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특검법·국정조사 등에 대해서는 “다수의 폭거를 앞세운 불법 꼼수”, “국론분열”, “이재명 대표를 향한 충성경쟁” 등의 표현으로 반발했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도 여당의 어깃장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거듭된 바 있다. 지난해 1월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측은 결과보고서 모든 문장을 따져봐야 한다면서 보고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거나, 야당 의원들의 국정조사 활동을 “얄팍한 수작”이라고 폄훼하며 자극했다.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면 “파행하라”고 큰소리쳤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와 관련 없는 ‘청담동 술자리 논란’을 꺼내기도 했다. 이들은 보고서 채택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회의장을 나가버렸고, 결국 보고서는 야3당 합의로만 처리됐다. (※ 관련기사③ : 국정조사 위증 고발 막으러 갑자기 “청담동 술자리” 꺼낸 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