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거부’ 대통령 보란 듯, 광화문 메운 시민들 “그만 내려와라”

자녀를 군에 보낸 엄마도 조선소 하청 노동자도, 한목소리로 ‘윤석열 거부’ 요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며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2024.11.30 ⓒ뉴스1

기록적인 폭설 뒤 비까지 내리는 싸늘한 날씨에도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 주말에도 광화문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또다시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제 그만 내려오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참여연대와 전국민중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은 30일 광화문 북측광장 앞 도로에서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을 열었다.

지난 26일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김건희 특검법’에 다시 한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에만 벌써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고,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어느덧 25개로 늘어났다

집회의 포문을 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이승훈 운영위원장은 “‘대한민국 헌법 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조문이 국회에 관한 헌법 규정 3장 중 가장 앞에 배치된 이유는 입법권이 유권자가 대표들에게 위임한 가장 본질적인 권한이자, 국회의 존재 이유이고, 책임정치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라며 “거부권을 요청한 여당 의원들에게 요구한다. 유권자가 위임한 대표의 권한을 포기하지 말라. 대통령의 권력에 의존하는 정치 활동을 당장 중단하라. 광장에서 확인되고 있는 민심을 외면 말라”고 경고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며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2024.11.30 ⓒ뉴스1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시민들의 분노도 켜켜이 쌓이고 있다. 자녀를 군대에 보낸 엄마도, 조선소 하청 노동자도 ‘더는 윤석열 정권에서 살 수 없다’며 무대에 올라 정권 퇴진을 외쳤다.

‘아프지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이밀 씨는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하고, 채 상병 순직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노력한 박정훈 대령이 오히려 탄압받는 불합리한 현실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도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

이 씨는 “박 대령 홀로 채 상병 비문 앞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외롭게 다짐한 그 순간 국가는 어딨었는가”라며 “흔한 구명조끼 하나 받지 못하고 물속에 들어가 부모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상병의 억울함조차 풀어주지 못하는 나라, 억울함을 풀기 위해 본분에 충실한 사람을 법정에 세운 나라는 우리 시대의 비극이요, 부끄러움”이라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짓밟은 염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22년 경남 거제에서 0.3평의 철제구조물 속 자신의 몸을 욱여넣으며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외친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투쟁이 도화선이 됐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역시 윤 대통령은 거부했다.

당시 투쟁을 이끌었던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우리는 실질적인 교섭 대상인 원청과의 교섭을 원했지만, 원청인 대우조선은 법률적 이유를 들며 거부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노동자와 사용자 관계를 명확히 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윤 대통령은 이마저 거부했다”며 “이게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와 정의인가. 그 이후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우리를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김 지회장은 “올해만 벌써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에서 5명의 하청 노동자가 일하다 돌아가셨다. 이런 하청 구조를 바꾸기 위해 20명의 하청 노동자가 천막도 치지 못하고 현장 아스팔트 바닥에서 노숙농성하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의 분노를 모아 바꾸자. 노동자가 존중받고, 하청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 함께 만들어가자”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멈추지 말고 분노의 목소리를 내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반드시 무너진다”며 “우리 시민들은 주권자 위에 군림하는 권력에 맞서 스스로 자랑찬 역사를 만들어 왔다. 우리는 주권자의 이름으로 다시 거리로 나서 외치고 또 외치자”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5차 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30 ⓒ뉴스1

더불어민주당도 5번째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시민행진에 합류했다.

당 지도부 중 대표로 발언에 나선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회 임기는 윤석열보다 1년 뒤고, 국민 임기는 영원하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박근혜도 다 못 버텼는데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라며 “50일 후, 트럼프 취임 전에 판을 바꾸자. 성탄절에는 주술정권 퇴치를 노래하고 송년회에는 10명만 모여도 시국선언을 하고, 트럼프에게는 평화로 노벨상을 권하자. 6개월 안에 승부를 내자”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자발적으로 외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재명 대표도 참석했지만, 무대에는 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원의 한 사람으로 집회 대열 중간에서 시민들과 함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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