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아키오가 말아먹고 사토시가 구원투수? 롯데, 지금 개콘 찍냐?

프로야구 광팬으로서 지난해 7월인가? 진짜 웃긴 기사를 하나 본 적이 있다. 내가 인용하는 기사는 한국일보인데 이 신문뿐 아니라 중앙일보 등 유수의 신문에 비슷한 내용이 실렸다. 기사 제목은 ‘신동빈은 왜 위기 속 CEO들에게 롯데 자이언츠 얘기 꺼냈나?(2023년 7월 18일 한국일보)’

나는 무려 29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못해본 트윈스 팬으로서 다른 팀의 성적 부진을 비웃을 마음이 정녕 요만큼도 없는 사람이다. 성적 부진이 팬의 일상생활과 정신건강에 얼마나 큰 지장을 주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기사를 읽고는 (비)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웃음소리도 ‘푸하하하’가 아니라 ‘비히히히’하고 나더라. 그 기사의 첫 줄이 “롯데 자이언츠처럼 능력을 보고 필요한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였다.

이게 신동빈이 CEO 회의 때 한 말이란다. 그러면서 자이언츠처럼 루키들을 과감히 등용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단다. 진짜 그런 안목으로 어디 가서 사업가라고 폼 잡지 말라. 보는 내가 다 창피하다.

틀려도 적당히 틀려야지

경영자는 신이 아니다. 당연히 틀릴 수 있다. 그런데 틀려도 적당히 틀려야지 쉴 새 없이 틀리면 그 사람은 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사람의 눈이 사업적 안목(眼目)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냥 개눈깔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 지난해 7월 롯데자이언츠를 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감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동빈이 지적한 롯데자이언츠의 성공 비결이 ‘루키들의 과감한 등용과 공정한 인사’였단다. 그러면 그런 극찬을 받은 롯데자이언츠의 2023년 성적이 몇 위였을 것 같은가? 7위였다. 10개 팀 중 7위였다고!

더 웃긴 것이 있다. 신동빈이 자이언츠에 찬사를 보낸 게 7월 18일이었다. 그런데 당시 롯데의 순위는 38승 39패, 5위였다. 그해 롯데는 시즌 초 1위를 질주하며 잘 나가던 팀이었는데 5월말부터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6월 성적이 9승 16패, 7월 성적이 5승 12패였다. 신동빈이 “자이언츠를 본받아라” 뭐 이러고 자빠졌던 7월의 승률은 고작 0.294였다. 당연히 그 월의 꼴찌는 자이언츠였다. 성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래리 서튼 감독은 8월 사임을 했다.

그걸 보고 자이언츠 팬들이 속이 터졌겠나, 안 터졌겠나? 그런데 총수는 ‘루키의 과감한 등용과 공정한 인사’가 자이언츠의 성공 결과란다. 롯데 비서실은 일들 좀 하자.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헛소리 할 것 같으면 좀 말리란 말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가 있다. 롯데 그룹이 요즘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그룹이 산산조각 날 것이라는 비극적 전망도 내놓는다.

그런데 롯데가 내놓은 해결책이 웃기기 짝이 없다. 계열사 대표를 무려 18명이나 교체한 것이다. 이는 전체 대표 중 31%를 갈아치운 숫자다. 한 마디로 계열사 사장들에게 지금의 위기 책임을 다 씌웠다는 이야기다. 아니, ‘루키의 과감한 등용과 공정한 인사’를 그렇게 강조했던 지난해 7월에는 뭐 하다가 지금에서야 물갈이를 한단 말이냐? 작년에 했던 말은 농담이었냐?

더 웃긴 대목이 있다. 그렇게 계열사 사장들 목에 칼질을 해대면서 지 아들인 시게미츠 사토시(한국명 신유열)는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는 거다. 내가 이런 칼럼을 쓸 때마다 롯데 쪽에서 “제발 시게미츠 사토시라고 쓰지 말고 ‘신유열’로 적어 달라”고 청탁을 한다는데, 도대체 난 롯데가 왜 자기 그룹 총수의 아들 이름에 이렇게 불만인지 이해가 안 간다.

시게미츠 사토시는 일본인이다. 병역 회피하려고 지금까지 일본 국적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신유열은 니들끼리 부르는 이름이고. 그 인간 신분증 까봐라. 일본 신분증에 시게미츠 사토시(重光聡)라고 버젓이 나와 있을 거다.

누가 누구를 구원한단 말인가?

내가 진짜 웃기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 롯데그룹 위기의 원인이 신동빈-시게미츠 사토시 부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라임이 잘 안 맞으니 신동빈의 옛 일본 이름으로 라임을 재구성해보자. 위기의 원인은 시게미츠 아키오-시게미츠 사토시 부자에게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지주 제공

왜냐? 지금 롯데에서 가장 큰 부실 덩어리는 롯데케미칼이다. 지금 이 회사 때문에 롯데그룹이 잠실 롯데타워를 담보로 내놓네 마네 하는 지경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어떤 회사냐? 신동빈이 일본 유학 후 귀국해서 입사한 첫 회사다. 2014년부터 신동빈이 이 회사의 대표이사였다.

2015년 롯데는 무려 3조 원을 내고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 부문)들을 사들였다. 화학을 유통과 함께 미래의 그룹 주력으로 내세운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이거 누가 한 짓이냐? 이번에 잘린 그룹 계열사 사장들 짓이냐? 신동빈 짓이다. 자이언츠가 최악의 상황일 때 “자이언츠를 본받자”고 떠들던 그 눈깔로 판단해서 한 짓 아니냐?

그런데 누가 누구보고 지금 책임을 지란 건지 나는 당최 이해가 안 간다. 이 사태의 책임은 온전히 시게미츠 아키오 몫이다. 물러나야 하는 건 계열사 사장들이 아니라 신동빈 본인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진짜 황당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위기의 롯데’ 오너 3세 신유열 구원투수 나섰다 - 부사장 승진”

이게 11월 28일 조선일보 기사 제목이다. 사고는 아빠인 시게미츠 아키오가 쳤는데 구원투수가 그 아들인 시게미츠 사토시란다. 뭐냐 이건? 일종의 개그냐?

그 아들이 경영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냐고? 군대 안 가려고 아직까지 시게미츠 사토시로 사는 38세 재벌 3세에게? 심지어 그 사토시는 최근 몇 년 동안 롯데의 미래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헬스케어, 롯데정보통신 등 이른바 롯데의 신사업군을 이끌었던 인물이 바로 사토시였다.

그래서 사토시는 잘 했을까? 잘 했으면 그룹이 이 지경이 됐겠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에 약 200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헬스케어도 지난해 2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금은 이 사업을 접네 마네 하는 수준으로 몰락했다.

이런 인간이 구원투수? 게다가 사토시는 한국말도 거의 못한다면서? 사업도 못해, 의사소통도 안 돼, 이 인간이 왜 구원투수인지 이유나 좀 들어보자. 혹시 볼이 빠르냐? 슬라이더 각이 좋아? 그러면 ‘루키를 과감히 등용하는’ 자이언츠에서 공을 던지라고.

재벌 2세가 무능해서 이 사태가 터졌는데 대안이 재벌 3세라니. 전 세계 어느 기업에서 이런 코미디가 벌어지나? 내가 요즘 윤석열-한동훈 콤비의 해악이 너무 커서 주로 이들 이야기를 하느라 재벌 이야기를 칼럼에서 잘 안 다뤘는데, 보다보다 하도 한심해서 한 마디 하는 거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