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현재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두고 최종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의힘이 조한창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조 전 부장판사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판사로 임관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서울고법 행정·조세 전담부 등을 거쳤다. 문제는 조 전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연루자’라는 데에 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명,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과 국회가 선출하는 3명으로 구성된다. 국회 선출 몫 3명의 헌법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으면서 현재 헌법재판소는 6명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여야 추천 몫을 두고 힘겨루기가 이어지다가 더불어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되 그중 1명은 국민의힘에서 수용 가능한 인사로 하는 것으로 합의된 것이 지난 29일이다. 민주당이 주장한 것처럼 의석비율에 따라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1명을 ‘국민의힘이 수용 가능한 인물’로 함에 따라 사실상 한 명은 양당이 합의한 인물로 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나 다름없다.
조 전 부장판사는 2015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헌재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결정 이후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각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법원행정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서는 “소송을 신속히 종결해 달라”는 법원행정처 요구를 전달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노골적인 재판 개입의 한복판에 있었던 인물이 다른 자리도 아닌 헌법재판관 자리에 오르는 것은 단순하게 헌법재판관 1인의 성향 이상의 문제이다. 조 전 부장판사에 대한 헌법재판관 추천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노골적인 재판 개입에 발맞춘 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며, “조 전 부장판사가 법원 독립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있고 헌재의 위상에 대해서도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사법농단 사건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사법부가 앞장서서 정권의 비위를 맞추고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한 사건이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인물이 단죄받기는커녕 오히려 헌법재판관이 되는 사회라면 누가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윤석열 정부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서 조 전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끝에 온 국민이 촛불을 들어서야 간신히 멈춰 세운 과거의 사법농단을 아예 구조화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