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야당의 내년도 예산안 감액안 처리를 문제 삼으면서, “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 전액을 삭감해 마약 수사 등 범죄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함으로써 민생범죄 대응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대검찰청도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활비 전액 삭감안이 의결되자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에 국회에서 전액 삭감하려는 검찰 특활비는 약 80억 원이다. 검찰에 편성된 예산은 기본 운영, 수사지원, 공판활동 등을 포함해 총 3천500억 원이 넘는다. 전체 검찰 예산 중 3%도 안 되는 예산을 없앤다고 민생범죄 대응이 어렵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활비 대부분은 수사지원 예산에 포함돼 있는데, 수사지원 예산 약 1천200억 원을 기준으로 삼아도 7%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민생범죄 대부분은 경찰 수사 영역이 됐다. 시행령 개정으로 마약 수사 상당수를 검찰이 가져가긴 했으나, 민생범죄에 관한 한 검찰의 수사 총량은 매우 미미하다. 수사권 조정이 되기 이전에도 경찰과 경찰의 수사 총량 비율은 9대1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이보다 더 격차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초에 경찰에 배정된 특활비는 31억6천만 원으로, 검찰 특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민생범죄 수사 대부분을 담당하는 경찰은 정작 일언반구 없는데, 유독 검찰만 특활비를 없앤다고 민생범죄 운운하며 아우성이고, 대통령실도 검찰 입장을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있는 상황도 우습다.
주요 권력기관에 편성되어왔던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사 활동에 쓰인다는 명목하에 영수증 처리나 사용처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묻지마 예산’으로 운영되어왔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권력기관의 특활비 용처는 민생과 전혀 무관한 것들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 특활비가 청와대에 뇌물로 흘러가는가 하면,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이 검찰 특활비로 돈봉투 격려금 잔치를 벌인 사건이 알려지면서 특활비의 공익성 및 투명성에 관한 문제의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주도로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과거 일부 기간 검찰 특활비 사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29개월 동안 검찰이 사용한 특활비 292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46.6%가 검찰총장의 개인 비자금처럼 사용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19년 8월~2020년 12월까지 17개월 동안 사용한 특활비도 70억 원에 달했다.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대중의 요구와 그러한 요구를 토대로 한 국회의 예산 심의는 매우 상식적이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검찰은 정보공개 소송 과정뿐 아니라 국회의 증빙 요구에 대해 폐쇄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시민단체의 특활비 공개 소송에서 검찰은 특활비 집행 정보가 없다며 ‘정보부존재’ 주장을 하다가, 재판 과정에서 특활비 집행 서류가 무려 6천805쪽이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검찰은 특활비 사용 증빙을 해달라는 요구에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않다가 법사위에서 전액 삭감안이 의결되자, 그제서야 작년 8월 한 달 치 자료만 제한적으로 제출했다. 그것도 특활비가 아닌 특정업무경비에 관한 내역이었다.
검찰이 그렇게 특활비를 사수하고 싶다면, 적어도 올해 집행한 특활비에 한해서라도 누가, 언제,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에 관한 자료를 국회에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실제 필요한 한도 내에서 배정받으면 될 일이다. 검찰 주장대로 그 돈이 없어서 민생범죄 대응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못 하게 된다면, 집행 내역조차 증빙하지 못한 데 따른 검찰의 직무유기만 추가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