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씨가 ‘옥중입장문’을 내 특검을 강력 요청했다. 검찰이 자신을 잡범으로 몰고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 씨가 구속 피의자라는 신분에도 특검을 촉구한 것은 여론전 측면도 있겠으나 나름의 억울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맡은 창원지검은 3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그리고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명을 기소했다. 명 씨는 증거은닉 교사 혐의도 추가됐다. 이 사건 첫 기소를 보는 국민들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의 “김영선 해줘라” 육성은 어디로 갔는가.
국민의힘 전체가 명태균발 의혹에 떨고 있다. 여론조사 조작, 공천 뒷거래 등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박형준 부산시장과 추경호, 조은희 의원 등이 의혹에 휩싸였다. 박완수 경남지사의 명태균 처남 채용 의혹도 사실이라면 공천과 무관하기 어렵다. 김종인, 이준석, 정진석, 윤상현, 함성득 등 거론되는 인사만 수십 명이다. 권력의 후광을 업고 명 씨가 대선캠프와 당은 물론 행정기관에까지 실세로 군림했다. 명 씨가 국회의원에게 상소리를 하고, 공무원 보고를 받을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왔는가. 의혹의 발화점이었던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이 더해지면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규모를 뛰어넘는다.
그에 비해 창원지검이 명 씨를 구속한 사유나 기소한 내용은 아주 제한적이다. 구속시한이 촉박했다고 변명하지만, 의혹의 ‘몸통’을 향한 수사 의지를 느끼기는 어렵다. 대통령 부부, 국민의힘 유력 인사, 광역지자체장과 측근들로 의혹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데, 수사에서 윤석열 김건희 이름은 지워지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실은 주요 수사 대상인 대통령 부부가 그간 쓰던 휴대폰을 변경했다고 대놓고 공표했다. 평생 수사를 한 전문가인 윤 대통령은 휴대폰 교체가 얼마나 심각한 증거 인멸로 연결될 수 있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못 본 척이다.
명 씨에게 여론조사 도움을 얻어 서울시장 직에 오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오세훈 시장은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명 씨 등을 사기 집단이라며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한참이나 지난 ‘뒷북’이다. 4일 시작되는 국외출장을 취소했다 다시 하루 만에 가기로 하는 소동까지 일었다. 당 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시장 역시 최근 하루에도 여러 개의 글을 SNS에 올리며 무죄를 항변 중이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더욱 지금의 검찰이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여권의 유력 인사들을 성역 없이 수사하리라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
결국 특검이 답이다. 대통령 부부와 의혹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억울함이 있다면 풀어주고 위법이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 이미 특검 말고는 국민이 수사 결과를 믿을 수도 없게 됐다. 이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특검을 놓고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간보기를 그만두고 민심에 따라야 한다. 오 시장과 홍 시장도 결백하다면 명태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특검을 요청해야 한다. 윤 대통령 말처럼 죄를 지었으니까 특검을 거부하지, 아니라면 피할 이유가 없다. 피의자 명태균도 요청하는 특검을 자칭 사기 피해자들이 거부한다면 앞뒤가 안 맞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