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자리하고 있다. 2024.12.04.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동 이튿날, 시민들이 광장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을 밝혔다. 전날 밤잠을 설쳤다고 입을 모은 이들은 "무책임한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 기세는 한층 더 맹렬해졌다.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는 4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한데 모여 촛불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란죄 윤석열 퇴진', '윤석열 탄핵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도 펼쳤다. 참가자들이 속한 형형색색의 노동·시민·사회단체 깃발이 함께 펄럭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전날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느낀 기막힘과 분노의 감정을 공유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조발언에서 "계엄의 역사는 우리 국민의 피, 눈물로 점철된 흑역사"라며 "계엄을 생각했다는 것 그 자체, 국민을 상대로 군대를 동원하고 총칼을 들이댈 것이라고 생각한 그 자체, 그것이야말로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공동대표는 "반국가단체의 수괴, 범죄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당장 내쫓아버려야 한다"며 "그런 자가 대통령이라는 거, 생각만 해도 걱정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부로 윤석열은 대통령이 아니"라며 "범법자 윤석열은 대통령 참칭 행위를 중단하라. 죄인 윤석열은 대통령실 무단 점거를 중단하라. 내란죄 범법자 윤석열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자"고 외쳤다.
국회 앞 단식 농성 15일 차에 접어든 김형수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은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밤잠 설치게 한 윤석열은 도대체 우리 국민이 얼마나 많은 손해배상을 청구해야겠나. 얼마가 적당하겠나"라며 "두 눈 부릅뜨고 부당한 권력을 반드시 끌어내리자"고 강조했다.
하교 후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김채원 씨는 "잠을 못 잤다.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그가 곧 반국가 세력이다. 국민에게 받은 권력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내려놓고, 정당한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성화고교에 재학 중인 유원우 군은 "불과 며칠 전까지 계엄이라는 단어를 학교 수업 시간과 관련 보도로만 접했다. 실제로 계엄령이 선포되니 정말 무서웠다"며 "제가 잡혀갈까 정말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유 군은 "민주주의가 이렇게 연약한 체제인지 모르고 살아간 제가 부끄럽고, 그 체제를 지켜보고자 마음먹었다. 저희가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되찾고 싶다"며 "이것이 저희 중고생들의 요구"라고 밝혔다.
몽실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비상계엄 선포에) 너무 기가 막혀 처음엔 사실 웃음이 나왔다.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온 국민, 시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가 극에 달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 국민과 대적하고 있는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이겠나. 우리는 오랜 시간 피, 땀으로 세운 우리 사회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는 윤석열을 규탄할 것"이라며 "윤석열 퇴진 행동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마지막 순서로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을 향해 행진했다. '내란주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피켓을 내세운 이들은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걸어갔다. "불법 계엄 내란죄 윤석열은 퇴진하라", "민주 파괴 국회 침탈 윤석열을 체포하라", "국민주권 실현하자" 구호도 함께 울려 퍼졌다. 행진 대열에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도 호응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오는 5일에도 오후 6시부터 같은 자리에서 촛불을 들 예정이다. 이날 저녁, 제 시민사회단체 추도 집회는 광화문 광장뿐만 아니라 광주, 전북, 전남, 강원, 충남, 충북, 대전,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24.12.04.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