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에 유통업계 ‘전전긍긍’...“연말 특수 사라질 수도”

한국 ‘여행 주의국’으로 분류도... 면세점 업계 직격탄 맞을까

붐비는 백화점 자료사진 ⓒ뉴시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령한 ‘비상계엄’이 불과 6시간여만에 해제됐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칠 여파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말 특수를 기다려온 유통업계는 ‘계엄령 사태’로 소비가 위축돼 연중 최대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면세점 등 연말 특수를 기다리던 유통업체들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점검에 나섰다.

특히 다수의 유통채널을 보유한 유통 대기업 3사(롯데·현대·신세계)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다음날까지 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열을 올렸다.

신세계는 4일 오전부터 임영록 그룹 경영전략실장(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주재로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전략회의를 열고 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해 점검했다. 신세계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프리미엄아울렛, 면세점, 이마트24는 물론 지마켓, 옥션, SSG닷컴 등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운영 중이다.

같은 날 국내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롯데그룹도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 주재로 계열사별 점검 회의를 열었다. 롯데는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프리미엄 아울렛, 면세점, 롯데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따로 회의를 소집하진 않았지만, 일부 직원들이 밤샘 근무를 하며 비상계엄 상황을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자료사진 ⓒ뉴시스

유난히 따듯했던 11월 날씨에 12월만 기다린 백화점들
... “‘계엄령 사태’에 연말 특수 아예 없을 수도”


유통업계는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6시간에 불과했던 만큼 운영에 큰 영향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겨울용품 소비 증가에 따라 연말 특수 현상 뚜렷한 백화점 업계도 매출 감소는 없었다고 했다.

‘계엄령 사태 직후인 4일과 5일 매출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A백화점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보였다”고 했다.

B백화점도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계엄령 해제 당일인 4일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소폭 신장했다”며 “명품, 패션, 화장품, 식품 등의 판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화점 업계는 당장 매출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소비 위축을 걱정했다. 계엄령 사태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1년만에 돌아온 연말 특수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연말 특수는 11~12월이다. 하지만 이미 11월 매출이 많이 부진했다. 예년보다 따듯한 날씨 탓에 아우터 등 겨울용품의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며 “12월 들어 추워진 날씨에 이제야 매출이 오르는 추세인데, 자칫 계엄령 사태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 연말 특수가 아예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B백화점 관계자도 “12월은 1년 중 백화점 매출이 가장 높은 달”이라면서 “문제는 매출을 전망하기도 어렵다.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를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닐고 있다. ⓒ민중의소리

‘여행 주의국’된 한국... 면세점 업계 “관광객 감소에 매출 직격탄 우려” 


코로나19 유행 뒤 불황의 늪에 빠진 면세점 업계는 ‘계엄령 사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면세점은 겨울방학 시즌 해외를 찾는 내·외국인이 늘어나며 연말 특수를 누린다. 당장 눈에 띄는 매출 감소는 없지만, 비상계엄 선포 직후 출렁이는 환율과 관광객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게 면세점 업계의 설명이다.

고환율은 면세점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면세점은 달러 기준으로 상품을 팔기 때문에 고환율이 지속되면 상품 매입 부담이 늘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으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1,43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1,42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달러가 오르면 면세품 수요가 줄고, 직매입으로 외산품을 사는 비용도 커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관광객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컸다. 보통 면세점 매출은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70~80%에 달한다. 따라서 관광객 감소는 매출과 직결된다.

국내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저희 면세점 매출은 외국인 비율이 80%가 넘는다.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계엄령 사태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관광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근데 벌써 일부 국가에서 한국을 위험 국가로 지정한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실이 해외 주요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요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4일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경고(alert)’라는 문구를 걸고 ‘한국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따른 미국 시민을 위한 지침’이라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같은 날 뉴질랜드 외교부는 아예 한국을 ‘여행 주의국’으로 분류했다. 뉴질랜드는 여행 국가에 대한 권고 수준을 4단계(일반·주의·자제·금지)로 분류한다. 이외에도 현재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한국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또 다른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계엄사태의 여파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줄어들 경우 안 그래도 어려운데 더 상황이 안 좋아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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