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7일 국민의힘의 불참에 의해 ‘투표불성립’으로 무산됐다.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불법·부당성 등 문제의식에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인 탄핵소추안 표결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 비상계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계엄군을 국회에 난입시킨 행위는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추경호 원내대표의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방해 행위부터, 탄핵안 반대 당론 채택, 이번 본회의 표결 불참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민의힘은 사실상 윤 대통령 내란 행위 동조세력임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 단 세 명이다. 이에 따라 의결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은 성립 요건인 재적 의원의 3분의 2인 200명이 미달돼 최종적으로 성립하지 못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토록 중대한 국가적 사안에 대해 투표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민주주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몹시 중요하다. 이 사안에 대한 투표불성립은 국가의 중대사를 놓고 가부를 판단하는 민주적 절차조차 판단하지 못한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당들은 일찌감치 윤 대통령 탄핵안 처리에 동의하면서, 국민의힘의 참여를 호소했다. 의석수 108석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족수 미달로 표결 요건이 충족되지 못하고, 이들 중 8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탄핵안이 부결되는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탄핵안 본회의 보고 이후 표결이 예정된 당일인 7일 오후까지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안에 대한 당론 채택 논의를 진행했다. 안철수, 조경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당초 탄핵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담화 이후로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 대부분이 입장을 바꿨다.
결국 본회의 개회 직전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부결 당론을 채택했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여사 특검법 반대 표결을 한 뒤에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퇴장했다.
퇴장 후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인근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원들을 한 장소에 모아놓고, 표결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없도록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결국 김예지, 김상욱 의원이 뒤늦게 표결에 참여하긴 했으나,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의원은 당론에 따라 반대 표결을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탄핵안 제안설명을 하면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표결 참여를 호소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도 국회를 둘러싼 채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표결 동참을 간곡히 호소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끝내 이를 외면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 의장이 제시한 표결 시한인 밤 9시 20분까지 본회의장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까지 윤 대통령 ‘조속한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조속한 직무정지’에서 “조기퇴진은 불가피하다”며 미묘하게 표현을 바꿨다. 이후 한 대표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탄핵안 표결이 무산되는 상황을 방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표결 무산 직후 “국민의힘은 민주 정당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 군사반란 정당이다. 국민의힘은 주권자를 배신한 배신 정당, 범죄 정당”이라며 “헌정 질서를 수호할 책임이 있는 대한민국 정당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반란 행위, 내란 행위에 적극 가담했을뿐 아니라 이들의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의자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고, 국민 배신자가 되었다. 을사오적처럼 ‘갑진백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전 국민은 국민의힘을 ‘반란 잔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국회의원단은 “결국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선택했고, 국민을 버렸다”며 “비상계엄에 면죄부를 줬고, 민주주의를 버렸다. 그리고 기어이 국회에 총을 겨눈 내란수괴와 공범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제 국민의 ‘적’이다”고 질타했다.
야당은 이날 탄핵 표결이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11월 국회가 종료되는 다음 날인 오는 11일에 임시국회를 열어 즉각 탄핵안 처리를 재추진하고, 최종적으로 가결될 때까지 반복해서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