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저들은 콩가루처럼 분열할 것이고, 우리는 바위처럼 단단해질 것이다

8일 오전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과 국무총리 한덕수가 국민의힘 당사에서 만났다기에 나는 처음에 쟤들이 청주 한 씨 송년회 모임 하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면 지금 이 중차대한 시국에서 저들 둘이 만날 이유가 뭐냐고?

그런데 그 둘이 앞으로 매주 한 번 이상 만나겠단다. 그럼 송년회가 아니고 청주 한 씨 정기모임인가? 그런데 이 둘이 그 만남을 통해 앞으로 국정을 나눠 통치하겠단다. 대한민국이 청주 한 씨 소속 국가냐?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중세 봉건 왕조였어?

그런데 니네 둘, 경고하는데 어디 가서 청주 한 씨 팔아먹고 다니지 마라. 그거 팔아먹고 싶으면 ‘아주 일부 극소수 청주 한 씨 멍청이들 모임’이라고 성격을 분명히 하란 말이다. 그렇게 안 하면 한강 작가님이 얼마나 슬프시겠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국민 공동 담화를 하고 있다. 2024.12.08. ⓒ뉴시스

한홍구 교수님이 그걸 보시면 니들 면전에 쌍욕을 날리지 않으시겠냐고? 만해 한용운 선생님께서 살아계셨다면 니들을 반쯤 짓이겨놓으셨을 거다. 한석봉 선생님이 니들 꼬라지를 보면 ‘施罰勞馬 足家之馬(시벌로마 족가지마)’를 일필휘지로 내갈기셨을 거고.

사슴과 토끼 사냥

나는 미래 예측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지금 내란 수괴 윤석열은 물론이고 자칭 국가를 통치하겠다는 한-한 듀오 니네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시간이 니들 편이라고 생각한다는 건데, 그런 거 정할 때 제발 시간한테도 입장 좀 물어보고 정해라. 시간이 그러디? 니네들 편이라고? 확신컨대 시간은 절대 니들 편이 아니다.

우리나라 보수는 이념 공동체가 아니다. 아주 느슨한 이익 공동체에 가깝다. 재벌-강남-검찰-군-경찰-보수언론-미국-친일의 느슨한 이익 연합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 그룹 구성원들이 똘똘 뭉치기만 하면 숫자가 얼추 꽤 되기는 한다.

그런데 각 세력의 이름에서 나타나듯 이들의 성격이 다 조금씩 다르다.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쪽 수장은 이 다양한 이익 공동체의 이해관계를 아주 섬세하게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아니면 그냥 힘으로 압살을 해버리거나 말이다.

이게 지금 윤석열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한동훈은 할 수 있고? 작작 웃겨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 느슨한 이익 공동체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경제학 게임이론에서 다루는 사슴 사냥 게임이라는 유명한 모형이 있다. 내용이 이렇다.

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주로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사슴 사냥에는 보통 10명의 사냥꾼이 동원되는데 이들은 산기슭에서부터 포위망을 구축해 사슴을 정상으로 몰아서 잡는다. 사슴만 잡으면 부족 전체가 열흘 내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몰이 도중 사냥꾼 A 앞에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났다. 만약 A가 토끼를 잡기 위해 대열을 이탈하면 나머지 9명은 사슴을 잡을 수 없다. A가 빠진 자리로 사슴이 달아나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A는 사슴은 놓치지만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토끼를 잡으면 A는 자기 가족이 하루 먹을 식량을 번다. 이 상황에서 A는 눈앞의 토끼를 쫓아야 할까? 아니면 끝까지 사슴을 쫓아야 할까?

배신자들이 폭주할 것이다

배신이냐 협동이냐의 문제인데, 이 게임의 묘미는 딱히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데 있다. 둘 중 하나가 정답이라면 배신이건 협동이건 그냥 선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둘 다 정답이기도 하고 둘 다 오답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만약 A가 토끼를 포기하고 정상까지 사슴을 몰았는데(A는 협동 선택), 나머지 사냥꾼 중 한 명이 토끼를 쫓아 대열을 이탈했다면(상대가 배신 선택) 나는 완전 바보가 된다. 열흘 치 식량은커녕 아까 잡을 수 있었던 토끼마저 놓치기 때문이다.

그러면 배신이 정답이냐? 그렇지도 않다. A가 얍삽하게 토끼를 쫓았는데 나머지 9명이 다 사슴을 몰았다면, A는 열흘 치 식량을 포기하고 고작 토끼 한 마리 건진 셈이 된다. 동료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는 건 둘째 문제고 말이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동료들이 믿을만한 존재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동료들이 믿을만해서 아무도 배신하지 않을 것 같다면 A는 당연히 사슴을 몰아야 한다. 반면 동료 중 단 한 명이라도 배신을 할 것 같다면 A는 토끼를 쫓아야 한다.

이 딜레마를 한 줄로 요약하면 ‘상대가 협력할 것 같으면 나도 협력하는 게 유리하고, 상대가 배신할 것 같으면 나도 배신하는 게 유리하다’라는 것이다. 이 상황을 현재 느슨한 보수 연합에 적용해보자.

저들이 똘똘 뭉치기만 한다면 얼추 국민의 절반을 결집시킬 수 있다. 이러면 이론적으로는 다음 대선도 해볼 만하다. 얘들이 힘을 합쳐 사슴을 쫓으면 윤석열 같은 머저리도 대통령으로 만든다. 절대 힘의 총량이 약한 자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건 저 다양한 보수연합이 서로가 절대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지금 이 국면에서 그게 가능한가? 원래도 느슨한 연합이었다. 지금은 절대 불가능하다.

지금 저들은 아무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 먼저 배신하는 자들에게만 살길이 그나마 열린다. 그들은 당연히 앞 다퉈 눈앞의 토끼를 쫓을 것이다. 보수는 사악한 자들이지 멍청한 자들이 아니다. 제 살길은 귀신같이 찾는다. 경찰? 검찰? 언론? 군부? 어디서부터건 배신자들이 속출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사슴을 쫓을 것이다. 진보는 이익 공동체가 아니고 이념 공동체다. 그 안에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민중들 앞에 총구를 들이민 내란 범죄 집단을 처단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단언컨대 0.1그램의 이견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흔들림 없이 사슴을 쫓을 것이다. 어떤 차이도 포용하며 오로지 멧돼지, 아니 참, 멧돼지가 아니라 사슴이었지. 아무튼 그 사슴을 잡는 그 순간까지 단단하게 뭉칠 것이다. 이 싸움을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 아직도 시간이 니들 편이라 믿는다면 니들 머리 위에 달린 건 그냥 눈코입 수납장인 거다. 너희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지겠지만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바위처럼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그 시간이란 것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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