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래 예측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지금 내란 수괴 윤석열은 물론이고 자칭 국가를 통치하겠다는 한-한 듀오 니네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시간이 니들 편이라고 생각한다는 건데, 그런 거 정할 때 제발 시간한테도 입장 좀 물어보고 정해라. 시간이 그러디? 니네들 편이라고? 확신컨대 시간은 절대 니들 편이 아니다.
우리나라 보수는 이념 공동체가 아니다. 아주 느슨한 이익 공동체에 가깝다. 재벌-강남-검찰-군-경찰-보수언론-미국-친일의 느슨한 이익 연합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 그룹 구성원들이 똘똘 뭉치기만 하면 숫자가 얼추 꽤 되기는 한다.
그런데 각 세력의 이름에서 나타나듯 이들의 성격이 다 조금씩 다르다.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쪽 수장은 이 다양한 이익 공동체의 이해관계를 아주 섬세하게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아니면 그냥 힘으로 압살을 해버리거나 말이다.
이게 지금 윤석열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한동훈은 할 수 있고? 작작 웃겨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 느슨한 이익 공동체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경제학 게임이론에서 다루는 사슴 사냥 게임이라는 유명한 모형이 있다. 내용이 이렇다.
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주로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사슴 사냥에는 보통 10명의 사냥꾼이 동원되는데 이들은 산기슭에서부터 포위망을 구축해 사슴을 정상으로 몰아서 잡는다. 사슴만 잡으면 부족 전체가 열흘 내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몰이 도중 사냥꾼 A 앞에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났다. 만약 A가 토끼를 잡기 위해 대열을 이탈하면 나머지 9명은 사슴을 잡을 수 없다. A가 빠진 자리로 사슴이 달아나버리기 때문이다.
반면 A는 사슴은 놓치지만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토끼를 잡으면 A는 자기 가족이 하루 먹을 식량을 번다. 이 상황에서 A는 눈앞의 토끼를 쫓아야 할까? 아니면 끝까지 사슴을 쫓아야 할까?
배신자들이 폭주할 것이다
배신이냐 협동이냐의 문제인데, 이 게임의 묘미는 딱히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데 있다. 둘 중 하나가 정답이라면 배신이건 협동이건 그냥 선택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둘 다 정답이기도 하고 둘 다 오답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만약 A가 토끼를 포기하고 정상까지 사슴을 몰았는데(A는 협동 선택), 나머지 사냥꾼 중 한 명이 토끼를 쫓아 대열을 이탈했다면(상대가 배신 선택) 나는 완전 바보가 된다. 열흘 치 식량은커녕 아까 잡을 수 있었던 토끼마저 놓치기 때문이다.
그러면 배신이 정답이냐? 그렇지도 않다. A가 얍삽하게 토끼를 쫓았는데 나머지 9명이 다 사슴을 몰았다면, A는 열흘 치 식량을 포기하고 고작 토끼 한 마리 건진 셈이 된다. 동료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는 건 둘째 문제고 말이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동료들이 믿을만한 존재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동료들이 믿을만해서 아무도 배신하지 않을 것 같다면 A는 당연히 사슴을 몰아야 한다. 반면 동료 중 단 한 명이라도 배신을 할 것 같다면 A는 토끼를 쫓아야 한다.
이 딜레마를 한 줄로 요약하면 ‘상대가 협력할 것 같으면 나도 협력하는 게 유리하고, 상대가 배신할 것 같으면 나도 배신하는 게 유리하다’라는 것이다. 이 상황을 현재 느슨한 보수 연합에 적용해보자.
저들이 똘똘 뭉치기만 한다면 얼추 국민의 절반을 결집시킬 수 있다. 이러면 이론적으로는 다음 대선도 해볼 만하다. 얘들이 힘을 합쳐 사슴을 쫓으면 윤석열 같은 머저리도 대통령으로 만든다. 절대 힘의 총량이 약한 자들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건 저 다양한 보수연합이 서로가 절대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지금 이 국면에서 그게 가능한가? 원래도 느슨한 연합이었다. 지금은 절대 불가능하다.
지금 저들은 아무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 먼저 배신하는 자들에게만 살길이 그나마 열린다. 그들은 당연히 앞 다퉈 눈앞의 토끼를 쫓을 것이다. 보수는 사악한 자들이지 멍청한 자들이 아니다. 제 살길은 귀신같이 찾는다. 경찰? 검찰? 언론? 군부? 어디서부터건 배신자들이 속출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사슴을 쫓을 것이다. 진보는 이익 공동체가 아니고 이념 공동체다. 그 안에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민중들 앞에 총구를 들이민 내란 범죄 집단을 처단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단언컨대 0.1그램의 이견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흔들림 없이 사슴을 쫓을 것이다. 어떤 차이도 포용하며 오로지 멧돼지, 아니 참, 멧돼지가 아니라 사슴이었지. 아무튼 그 사슴을 잡는 그 순간까지 단단하게 뭉칠 것이다. 이 싸움을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 아직도 시간이 니들 편이라 믿는다면 니들 머리 위에 달린 건 그냥 눈코입 수납장인 거다. 너희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지겠지만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바위처럼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그 시간이란 것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