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 참가자들이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경북 당사 앞에서 '탄핵표결 거부, 내란동조 국민의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표결을 거부한 대구경북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진을 바닥에 던진 뒤 밟고 있다. 2024.12.9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전국 곳곳에서 거센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일간지에는 지역구 의원들의 이름과 사진이 ‘박제’됐고, 지역 사무실로 몰려가 항의 시위에 나선 시민들도 잇따랐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도 ‘내란공범 국짐당 장례식’이라 명명한 규탄 집회가 열린다.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경북 당사로 시민들로부터 배달된 탄핵 표결을 거부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내용의 근조(謹弔) 화환 10여 개가 건물 뒤편에 치워져 있다. 2024.12.9 ⓒ뉴스1
지난 7일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본회의에 상정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불참했다. 투표에 참여한 인원이 의결정족수인 200명에 미치지 못하면 투표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수많은 시민들 시선이 본회의장에 쏠렸던 그 순간,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시민들은 당장 9일 국민의힘 지역 당사나 국회의원 지역 사무실로 향했다. 이날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국민의힘 대구경북 당사 앞에 모인 시민들은 ‘내란동조범’이라는 문구 아래 대구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과 얼굴이 인쇄된 손피켓을 짓밟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당사 앞에는 ‘국짐 해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적힌 근조화환 10여개가 배달되기도 했다.
오는 11일 열리는 '내란공범 국짐당 장례식' 포스터 ⓒ대구촛불행동
오는 11일에는 국민의힘 대구경북 당사 앞에서 ‘내란공범 국짐당 장례식’이 열린다. 포스터에는 “가시는 길 불편하게 모신다”며 민심을 배반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꼬집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강원에서도 분노의 발길이 이어졌다.
‘친윤계 중진’ 권성동 의원의 강릉 지역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시민들은 “권 의원은 국민과 강릉시민의 편에 서지 않고 탄핵 반대와 표결 불참을 선택하면서 더 이상 강릉시민의 대표가 아니다”라며 “내란죄 공범인 권 의원은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정하 의원의 원주 사무실 앞에서도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부역자 박정하 퇴출하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21학번 전찬범 씨가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자 학교 선배인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 지역 사무실에 탄핵 표결 불참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전찬범 씨 제공
‘윤석열 탄핵 운동’의 주역으로 선 청년들도 움직였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21학번 전찬범 씨는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서울대 선배이기도 한 신동욱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대자보를 붙였다.
“선배님께 민주주의란 도대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대자보에는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내란의 공범이 되는 것이며,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경고가 담겼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도 덧붙였다.
전 씨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초유의 사태인데, 탄핵안 부결도 아니고 성립조차 되지 못한 데 대해 많은 충격을 받았다”며 “제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대자보를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페이스북에 탄핵 표결 불참을 규탄하는 항의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페이스북
국민의힘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장문의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다. 평소 국민의힘을 지지하던 시민들 역시 강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한 시민은 “자신들의 당원도 믿지 못해서 이탈표를 걱정해 전원 퇴장이라니…국민들은 아마 탄핵이 됐다면 작은 희망이라도 보면서 지지를 다시 고려했을 것이다. 이제 다시는 돌아볼 필요가 없다는 걸 증명했다”며 “멸망하시라. 처단받으시라”라고 적었다.
또 다른 시민은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탄핵 투표를 보았다. 그걸 보게 한 이유는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국민의 뜻을 모아 의견을 전달하는 사람이고 나라의 중요한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가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국회에서 투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보게 하기 위함이었다”며 “(탄핵) 안건이 시작됐을 때 의원들은 자리를 모두 비웠고, 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가 저에게 ‘저래도 돼’라고 물으면 뭐라고 얘기해줘야 하나”라고 개탄했다.
댓글 중에는 국민의힘 로고를 탱크로 변형해 ‘내란의힘’이라고 비꼰 이미지 파일도 올라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페이스북 대표 사진을 ‘바로잡겠습니다’라는 문구로 교체했으나, 이를 알리는 글에도 “바로잡는 건 정당 해체”라며 분노의 댓글이 빗발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