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발’로 반등 기회 놓친 한국 경제...“탄핵 돼야 안정”

“국민의힘 ‘질서 있는 퇴진’이 불확실성 더 키워...무정부 상태 계속”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안건으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7차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2024.12.07. ⓒ뉴시스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 사태로 한국 경제가 충격을 받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 불발되면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은 '탄핵으로 인한 혼란'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탄핵보다 탄핵 불발이 한국 경제 불확실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봤다. 탄핵 이후 정해진 정권 교체 절차를 밟는 것보다, 법에도 없는 '질서 있는 퇴진'이 정권 공백 상황을 더 길게 끌고, 정치·사회적 혼란에 따른 경우의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성립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빠른 수습을 기대했던 금융·외환시장에는 불확실성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탄핵 불발의 충격은 외환시장에서 먼저 나타났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80원 오른 1,42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개장가 기준 2022년 11월4일(1,426원) 이후 2년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한때 1,430원까지 높이기도 했다.

외국 기관에서는 국회 탄핵 표결 불성립을 두고 한국 경제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원화 급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BoA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인 아다르쉬 신하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탄핵 실패로 불확실성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원화 급락을 예상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마저 불발해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 고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19.2원으로 일주일 전 대비 24.5원 급등했다. 25.5원이 올랐던 지난 1월 셋째 주(15~19일)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1,44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 기조를 밝히면서 강달러 현상 나타나는 가운데 국내의 불안정성에 따른 원화 하락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스피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47% 하락한 2392.37에 개장했다. 코스피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24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2383.82까지 떨어져 지난해 11월3일(2351.83)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1% 하락 출발했다.

전문가들은 탄핵 불발의 충격이 시장에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말에 탄핵이 가결됐다면 예측 가능성이 생겨서 시장이 반등할 수도 있는데, 탄핵이 불발되면서 불확실성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한국 경제에 불어닥친 불확실성 상황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정하고 이번주 토요일인 13일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질서 있는 퇴진'을 강조하면서 탄핵에는 동조하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탄핵 정국이 장기화된다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상인 교수는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면서 "지금도 (코스피에서) 개인이 던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주말에도 지난 주말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더 지수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물 경제도 불안한 상황이다.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상황에서 내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등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9일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권구훈 선임이코노미스트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거론하면서 이번 상황은 이전 두번의 탄핵 상황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4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반대로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봤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국민 공동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이 불확실성 원인...탄핵이 경제 불확실성 해소하는 방법"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 없이 여당과 총리가 행정과 퇴진 절차를 맡겠다는 엉거주춤한 상황이 되면서, 사실상 정권 공백 상태가 됐다. 여기에 이미 국무위원들마저 사의를 밝힌 상태라 중장기적인 경제 정책은 물론 당장 내년도 경제 정책마저도 계획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태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마저도 여야가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예산안 처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없이는 예산안 협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수정 감액안'을 상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관련 예산 7,000억원을 추가 감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2월31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전년도 예산에 준하는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준예산을 편성한 사례는 없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안도 처리가 안 된 상태라 내년 초 실물 경제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면서 "정부가 대응하려고 해도 정당성이 부족한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여당이 하긴 대응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 외교를 사실상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출범 초기는 외교를 통해 규제를 조율하는 '골든타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시기를 정권 공백 상태로 날리게 되면 향후 들어설 차기 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정책 시행 초기에 정부가 외교로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한 사례를 보면, 골든타임에 정권 공백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세은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수출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고, 거기에 대응해서 정부가 대책도 마련하고 외교력도 발휘해야 하는데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초반에 많은 것들이 결정되기 때문에 내년 초가 중요한데 현재 대응을 거의 못 하는 상태에서 (정책) 세팅이 이뤄지고 나면 바꾸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질서 있는 퇴진'이 오히려 경제의 불확실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교수는 "그게(질서 있는 퇴진)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하니까 국민의힘은 또 말을 바꾸고 우왕좌왕하는 게 훨씬 더 불안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윤석열이 대통령으로서 권위나 신뢰를 다 잃고 어정쩡하게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데 그걸 없애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탄핵을 빨리 결정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교수는 "지금 대통령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 탄핵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에서 탄핵을 찬성한다고 밝히면 (경제가) 안정될 것"이라며 "탄핵이 돼서 정식으로 권행대행을 세우는 게 현재 무정부 상태가 종식되는 거고, 차기 대선까지 정치 스케줄이 확정되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교수도 "탄핵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유지되면 상황을 정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미룰수록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계속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부정적인 상황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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