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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핵이 '질서 있는 퇴진'의 유일한 길이다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출국 금지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부 수반이자 외교를 책임지는 현직 대통령이 출국 금지를 당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현직 대통령이 경찰과 검찰, 공수처에 의해 수사 대상자로 입건된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는데, 여기에서 김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봤다.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로 지목한 셈이다.

경제 상황도 심상치 않다. 9일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를 위협하다가 1,430원대 중후반으로 후퇴했다. 전날보다 17.8원이 올랐다. 증시도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2.78% 하락했고, 코스닥은 무려 5.2%나 떨어졌다. 환율과 주가를 방어하는 데 들어가는 공적 재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 계엄 사태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국민들이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나왔다. 토요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무산되면서 지난주 화요일부터 시작된 극도의 정치불안정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러 차례 '질서 있는 퇴진'을 거론했지만 그 방안이 무엇인지 전혀 내놓지 않았다. 여권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도 어느 하나 마땅한 것이 없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한 대표가 헌법이 정한 탄핵 절차를 굳이 외면하고 정치적 해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헌정을 파괴하고 내란을 획책한 상황에서 여당의 대표가 헌법의 틀을 벗어나 '묘수'를 찾고 있는 꼴이다. 12.3 비상계엄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였다. 법치와 민주주의를 떠난 해법은 나올 수도 없고, 나온다고 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모든 국민은 한목소리로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손에 쥔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한 대표는 어떻게든 탄핵이나 즉각적인 하야 이외의 길을 찾으려 한다. 그러면서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한 주일을 더 보낸다면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 뻔하다.

한 대표는 자신이 내놓은 여당-정부 공동 국정운영 방안이 비현실적인 것으로 드러난 이후엔 국민 앞에 나서고 있지 않다. 자파의 의원들 몇몇과 끝없이 아이디어 회의만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민심은 더욱 악화되고 있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다. 한 대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탄핵은 우리 헌법이 선언한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이다. '질서 있는 퇴진'의 유일한 길이다. 한 대표가 경제와 안보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지금 당장 탄핵에 동참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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