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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팝 부르며 탄핵 시위에 나선 청년·학생들

지난 12.3 윤석열 불법계엄 사태 이후 전 국민이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가운데 20대의 대규모 시위 참여가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를 시작으로 학교별 대학생 시국선언이 줄을 잇고, 지난 토요일에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31개 대학의 학생들이 모여 대학생 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학생총회를 개최하자 정족수를 훌쩍 넘긴 2,700여 명의 학생이 모여 윤석열 퇴진을 결의했다. 이후 고려대를 비롯해 연세대, 이화여대, 경북대 등도 학생총회를 개최하거나 예고했다.

특히, 지난 7일 수십만 명의 인파가 국회를 에워싼 집회에서는 ‘응원봉 세대’라는 새로운 별칭이 붙은 20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로제의 'APT',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등 잘 알려진 K팝을 따라 부르면서, "윤석열 퇴진,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활용해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새로운 집회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이유로 'MZ세대'라고 불렸던 20대의 참여는 '집회에 신인류가 출현했다', '대학가가 다시 움직이는 거냐' 등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20대는 '이건 선을 넘었고, 도를 넘었다', '이 사태에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냐'고 응답한다. 국민 누구나의 반응과 전혀 다르지 않은 셈이다.

20대의 참여가 광범위하게 나타난 것은 윤석열 정부 내내 청년들의 분노가 누적된 탓이 크다. 청년들은 그간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 전세사기 피해 등 같은 자기 세대의 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혹은 대책을 마련하려는 특별법들에 윤석열 대통령은 하나같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화가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언론에서 응원봉 세대로 지칭하는 여성 청년들의 경우엔 수년 전 혜화역 시위를 비롯한 대규모 집회의 경험도 풍부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를 통한 집단행동에 익숙하기도 하다. 지금 청년들의 행동이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청년세대가 불의에 맞서 저항한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역사 자체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응원봉을 흔들며 K팝을 따라 부르는 것은 그동안의 시위와 외형적으로 다르지만,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참여의 본질은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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