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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를 지킨 '동호'들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지난 3일 내란의 밤을 뜬 눈으로 보낸 국민들은 동 트는 아침을 맞이하며 서로에게 묻고 있었다. 밤새 안녕하셨는지를. 어쩌면 일상처럼 물어왔을 이 정다운 인사를 당분간 못 건넬 뻔한 밤의 악몽에 부르르 떨며 서로의 존재를 따뜻하게 확인해 간 시간이었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총칼이 난무할지도 모를 위압과 공포 앞에서 두려움을 잊고 맨몸으로 막아선 국민들이 있었다. 용감했던 그들을 보며 아마도 적지 않은 이들이 '동호'를 떠올렸을  것이다. 소설가 한강이 쓴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를 말이다. 칠흑 같은 야만의 밤에 환하게 웃으며 국회로 오고 있는 소년 동호는 그렇게 2024년 연말 우리의 가슴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1980년 5월 계엄령이 포고되고 무장한 군인들이 쳐들어 온 광주에서 동호는 멈추지 않았고 떠나지 않았다. 그의 장렬한 최후는 그날의 공포와 야만을 고발하는 상징이면서 인간의 존엄을 향한 아름다운 용기를 살아남은 이들의 가슴에 아로새겼다. 마지막까지 국회를 지켰던 사람들을 보며 동호를 떠올린 까닭이다.

한때 한강은 인간성의 어두운 부분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스스로에게 다소 비관적인 질문을 던졌다고 했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하고. 그런데 이 질문들은 다시 다음과 같이 바뀌게 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로 말이다. 이러한 변화는 죽은 자가, 과거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 순간에서 다시 갸날픈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이 되었다. 한강은 광주의 기억에서 그런 빛을 보았다고 했다. '소년이 온다'와 이후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작품이 나온 배경이 그렇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의 이런 작품들을 읽으며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어갔다.

이런 한강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축하 연설을 맡은 소설가 엘렌 맛손은 한강의 작품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 입고 연약하며 어느 면에서는 약한 존재들이지만 그들은 또 한 걸음을 내딛거나 또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작가 개인이 걸어온 예술세계에 대한 최고의 영예로운 인정이자 한국문학사의 쾌거다. 부조리한 세태를 고발하고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고자 무던히 써온 한국작가들의 영광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수상이 더욱 더 가슴을 울리는 건 소설의 아픔이 그대로 재현되는 현실의 극단적 상황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지만은 않다. 그가 말한 '빛과 실'처럼 서로를 환하고 단단하게 이어가려는 연대의 불꽃은 지금 이 시각에도 국회 앞에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한강 작가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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