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사' 경찰, 대통령실 압수수색 왜 끝내 못했나

임의제출로 피의자 윤석열 측이 주는 자료만 받아...'가벼운 박스' 들고 8시간 만에 퇴청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들이 11일 박스와 포렌식 장비 등을 들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12.11. ⓒ뉴시스

'윤석열 내란죄' 수사의 한 축인 경찰이 11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8시간여의 대치 끝에 무산됐다.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경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전 11시 35분경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수사관 18명이 대통령실 서문 안내실에 도착해 대통령경호처와 출입 절차를 논의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피의자는 윤 대통령, 혐의는 '내란' 등이다. 압수수색 대상은 대통령실 내 국무회의실, 경호처, 101경비단 그리고 합동참모본부 지하 3층에 있는 통합지휘실 등 4곳으로 특정됐다. 특별수사단은 법원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대통령실 '무응답'에 무한 대기...보안에 접근 막혀

수사관들이 도착한 뒤 압수수색은 곧장 이뤄질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내 연기만 피우다 '무한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특별수사단은 영장 집행과 관련해 압수수색 대상인 4곳의 책임자에게 안내실 쪽으로 "나와달라"고 요청했지만 누구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시간가량의 기다림이 이어지자,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경호처 관계자에게 "각 장소의 책임자분이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답답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수 시간 만에 검찰 수사관 출신의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윤 비서관은 수사관들을 향해 압수수색 시도에 대한 불쾌함을 표출한 뒤, 완강한 거부 의사만 밝힐 뿐이었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최종 불발된 뒤 오후 7시 40분경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점, 사안의 중대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대통령실 등 장소에 들어가서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강력히 요청했다"며 "(대통령실은) 공무상 비밀, 군사상 비밀 등을 이유로 '직접 들어가는 건 안 된다'고 거부했다"고 밝혔다.

피의자 윤석열 측이 '주는 자료'만 받은 경찰

결국 대통령실은 특별수사단이 요구하는 자료 리스트를 임의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대신했다. 경찰은 피의자인 윤 대통령 측에서 '내주는 자료'만 받아 간 것이다. 처음 도착한 안내실 안의 회의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이곳에서 경호처 측 등으로부터 몇 장의 서류만 받았다.

대통령실이 임의제출 방식으로 수사에 응한 배경에는 영장에 '장소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임의제출을 하도록 하고, 그게 불가능할 경우에 한해 관리자의 허락에 따라 압수수색 하라'는 단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원래 영장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자료들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자료만 제출받았다.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2017년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2020년 문재인 대통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포함해 청와대는 국가 보안 등을 이유로 강제 압수수색을 당한 사례가 없다. 매번 경내로 들어가지 못한 채 임의제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윤 대통령의 경우 전례 없는 '내란죄 수사'인 만큼 강제수사 가능성이 점쳐졌다.

형사소송법 제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다만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단서 조항이 함께 있다. 압수수색 거부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런 방식으로는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돌아왔다'는 퍼포먼스밖에 안 된다"며 "증거 인멸 정황이 있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계속 거부한다면 방법은 긴급체포뿐"이라고 했다.

방문증 '줬다 뺐기'...합참 문 앞도 못 가

이날 유일하게 대통령실 청사 외의 압수수색 대상인 합참 통합지휘실은 그나마 압수수색 목전까지 갔던 곳이다. 수사관들에 대한 '방문증' 발부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경호처는 군사상 이유 등을 들어 수사관들에게 준 방문증을 느닷없이 도로 회수해 갔다. 합참도 임의제출로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합참 통합지휘실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결의 뒤 윤 대통령이 방문한 장소로,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밀실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방문 기록과 회의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합참 건물은 대통령실 청사 옆에 가까이 있다.

특별수사단은 일단 대통령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특별수사단은 대통령실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집행 불능' 사유서를 제출받았다고 전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